[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이 29일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원팀'을 외쳤다. 전날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의정 갈등 문제로 충돌하며 당정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 보이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날까지 한 대표와 대통령실 간 미묘한 신경전은 지속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1박 2일로 ‘2024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개최했다. 오는 9월 정기국회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연찬회에서는 민주당의 탄핵 공세의 헌법적 문제성과 동북아의 지정학과 한국의 번영을 주제로 특강이 진행됐다. 이어 이주호 교육부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이 참석해 의료개혁에 관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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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외부 비공개 일정을 위해 연찬회장을 떠나며 추경호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4.8.29/사진=연합뉴스 |
전날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제안한 ‘의대 증원 유예안’을 거부하고, 30일 계획됐던 지도부와의 만찬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한 대표가 정부의 의료개혁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친한계에서는 대통령실이 의료대란을 해소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불평이 감지됐다. 윤 대통령이 의료현장의 현실과, 이에 우려를 표하는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연찬회에서 의료개혁에 관한 입장을 설명한 것은 당내 반발을 해소하고,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비화된 책임을 한 대표에게 제기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이에 연찬회에서는 ‘원팀’에 대한 목소리가 강조되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뜻을 모았다. 하지만 의정갈등 문제를 두고서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연찬회 개회식에서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민심을 정부에 전합시다. 하나 된 정책으로 국민께 평가를 받읍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떻게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지 대화하고 토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대표가 제안한 의대 증원 유예안은 의료현장의 실태와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이를 대통령실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연찬회에 앞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의료개혁의 동력은 국민이다. 추진 과정에서 국민들의 걱정과 불만을 잘 듣고 반영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한 대표가 지적한 의료대란 현실화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정부가 의료현장을 관리하고 있고, 의료대란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개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장상윤 사회수석은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현황에 따르면 전문의들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의료개혁을 단기적으로 조급해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라면서 “현장 상황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우리가 약속한 과제를 이행하는 것이 결국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장관도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응급실 뺑뺑이는 작년 3월 대구에서 발생했던 사건과 같이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하기 이전에도 있었던 구조적인 문제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응급실 붕괴는 사실이 아니고, 정부가 관리 가능한 수준에 있다.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응급의료 현황은 과장된 것이 많다”고 반박했다.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 제안을 거부하고, 의료개혁 추진을 설득하기 위해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날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 설명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비공개 ‘외부 일정’을 명분으로 연찬회 개회식 후 자리를 이석했다. 정부와 의료개혁 문제로 충돌을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는 한 대표가 제안한 의대 증원 유예안이 의정 갈등을 해소할 해법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당정이 이날 갈등을 부인했음에도, 의정 갈등으로 점화된 윤-한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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