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재의요구권(거부권)행사 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엄포에도 쟁점 법안 6건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적극적으로 행정에 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 사용한 만큼,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 기간 고건 전 총리가 ‘거창 양민 학살사건의 보상에 대한 특별법’과 ‘사면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20년 만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쟁점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해당 법안들이 시장 질서를 교란할 우려가 크고, 위헌적인 요소가 있어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야당의 압박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에는 여당의 입김이 영향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됐다.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악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당연한 것이다”라며 한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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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2일 국회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19-2차 본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성을 조사하기 위한 ‘내란 특검법’이 가결 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에 야권은 한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여당의 편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들은 즉각 한 권한대행 탄핵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 된다면 국정 혼란에 대한 야당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죄 특검법을 한 권한대행 탄핵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여론의 역풍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해당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올해까지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권한대행이 해야 할 여러 가지 일이 있다. 국회가 통과시킨 특검법을 빨리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한 권한대행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기점으로 한 권한대행 탄핵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을 미룰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경우 야권으로부터 즉각 탄핵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본격적으로 행사한 것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정책적인 사안에 대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옳은 (일인)것 같다. 따라서 국회가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요청도, 그간 대통령이 수동적으로 수행하던 업무인 만큼 한 권한대행이 임명에 동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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