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업계는 올 한해 과당경쟁과 실적 부풀리기로 얼룩진 한해를 보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이후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단기간 확보하기 위해 장기인보험 판매에 집중해왔다. 이에 승환계약과 해지율 증가라는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은 올해 보험개혁회의를 출범했다.
인수합병(M&A) 시장 냉기도 여전했다.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쌓인 매물들은 많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단 한 건의 매각도 성사되지 않았다.
보험업계 숙원사업인 실손의료보험 개혁도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후 탄핵 정국 파장이 이어지면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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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학회 등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IFRS17 안착을 위한 보험건전성 감독 강화방안, 보험 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논의했다./사진=금융위원회 |
◆보험사 과당경쟁·실적부풀리기에 금융당국 규제 칼날
IFRS17 도입 후 보험사의 과당경쟁과 실적부풀리기가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은 규제의 칼날을 꺼내들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발생주의에 따라 보험손익을 인식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과정에서 사업비 부담이 경감되면서 CSM 확보를 위한 신계약 유치 경쟁이 사업비 경쟁으로 확산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7일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보험개혁회의’를 출범하고 영업관행, 상품구조, 건전성 규제 등 업계 전반에 대한 복합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특히 생명보험사에서 올해 주력으로 판매해오던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보너스 지급 시점에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해지를 고려해 해지율을 산출하도록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험료를 5~7년 동안 납부하고 10년까지 계약을 유지하면 납입한 보험금보다 더 많은 해지환급금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금융당국은 실제 지급 시점에 추가해지가 대량 발생할 경우 유동성 부담 및 당기손실 급증 문제가 나타날 것을 우려해 표준형 상품의 누적유지율을 활용해 해지 수준을 역산하거나 30% 이상으로 추가해지를 설정하도록 했다.
무·저해지 상품에 대해서도 해지율 산출 시 올해 연말 결산부터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완납 후에는 최종해지율 0.8%를 적용한다.
무·저해지상품은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해지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나 경험통계 부재를 이유로 완납 직전까지 높은 해지를 가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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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각 사 제공 |
◆매물은 쌓였는데…빈수레만 요란한 보험 M&A 시장
보험 M&A 시장도 여전히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수년째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KDB생명이 재무건전성 리스크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자 매각을 잠정 중단하고 자회사로 편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해보험은 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에 팔린 뒤 현재 M&A 시장에 다시 매물로 올라온 상태다. 올 4월 실시된 예비입찰에 우리금융그룹이 참여해 실사도 진행했으나 본입찰에서는 빠졌고, 이후 JKL 측은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JKL파트너스는 매각가로 2조~3조원을 주장하고 있어 시장에서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G손해보험은 수의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가 선정되면서 5수 끝에 새 주인을 맞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인수합병(M&A)이 아닌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메리츠화재가 고용승계의무를 지지 않게 되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센데다 1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완주할지는 미지수다.
◆탄핵 정국에 멈춰버린 실손보험 개혁
실손보험 개혁을 기다리던 보험사들은 연말 비상계엄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비급여 의료 항목의 과잉 이용 등으로 4세대를 중심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실손보험 개편안에 대한 요구가 컸던 보험업계는 비상계엄 사태로 실손보험 개혁에 제동이 걸리면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8월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이어 2차 실행방안을 연말 발표할 예정이었다. 여기에는 비급여 관리 강화, 실손보험 구조 개선,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도입, 전공의 수련 혁신 등이 담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에 반발한 의료계 단체의 참여 중단 등으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금융위는 별도의 후속 보도자료를 통해 개혁안을 내놓겠단 입장을 밝혔으나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방안 관련 공청회도 취소되면서 반쪽짜리 개혁안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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