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초래해 ‘폐지론’에 불을 지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 구속 이후에도 국가적 불운 사태에 성과만 내세워 비판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를 착수한 시점부터 수사 권한 논란을 야기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직권남용죄를 수사할 수 있지만,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 실제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를 직권남용죄를 고리로 조사하고 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수사 권한에 대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또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은 것도 다툼의 여지로 꼽힌다.
공수처의 관할 법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또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발부된 체포영장에는 이례적으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을 배제한다는 문구가 기재된 바 있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경호처가 군사상, 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영장 발부에 대해 ‘판사 쇼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관할 법원이 아닌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유를 소명해야 하지만, 공수처가 명확한 소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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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2025.1.7/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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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공수처와 법원행정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된 지 있는지'에 대한 질의를 받자 이들은 “답변이 어렵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공수처가 ‘판사 쇼핑’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당시 직권남용죄를 고리로 내란죄를 수사하려 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바 있어 공수처가 의도적으로 서울중앙지법을 회피했다는 지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수처가 해당 의혹들을 매듭짓지 않고 체포영장 집행에만 속도를 낸 것은 공수처가 스스로 불필요한 논쟁과 논란을 유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 측은 해당 논란을 근거로 현재까지 공수처의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측이 수사에 불응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더불어 공수처가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태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강행한 것도 자충수를 둔 것으로 평가됐다. 공수처는 1차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지휘 권한이 없는 경찰 기동대를 동원하겠다고 밝혔고, 2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에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체포 위탁’과 ‘55경비단장 관인 대리 날인’ 등의 논란을 야기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수처가 논란의 빌미를 스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수사역량 부족과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을 드러낸 대목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공수처, 태생·존폐 문제가 정치적 편향성 문제로 발전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수사 과정마다 논란을 초래하는 것은 역량의 한계를 정치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공수처가 최근 존폐 위기에 몰리자, 생존을 위한 충성 경쟁에 가담한 탓에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변호사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공수처의 태생부터 정치적 논란과 수사역량에 대한 문제는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것들이 이번 윤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오동운 공수처장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보를 보였고, 이것이 윤 대통령 측이 반격에 나설 기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오 처장은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질의를 받은 바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 등 준사법기관의 장이 국회 질의에 출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치적 중립성과 사법기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불출석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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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미니버스 한 대가 나오고 있다. 2025.1.15./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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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 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박지원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난달 11일 “당장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해야 한다”라는 지적을 받았으며, 지난 8일에는 이성윤 의원으로부터 “총을 맞더라도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한다. 이번에 구속 못하면 관을 들고 나오겠다는 결기를 보여 달라”라고 체포영장 집행을 독촉 받았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박 의원에게는 “절규와 같은 말씀 가슴으로 새겨듣겠다”라고 답했고, 이 의원에게는 “2차 (체포영장)집행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겠다”라고 결의를 다진 바 있다.
최 변호사는 “(오 처장이)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한 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권한을 넘은 수사를 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관한 의문과 수사역량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 국민 여론은 갈라지게 됐다. 공수처가 법과 원칙대로 수사했다면, 나라가 두 조각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수처가 이성윤 당시 고검장(현 민주당 의원)의 황제의전과 같이 친민주당 성향의 활동으로 일관해 왔고, 그간 (수사에)성과도 보이지 못하면서 폐지론에 직면하자 (생존을 위해)수사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 것이 (문제로)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차 교수는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상당히 많이 보여주면서 공수처가 스스로 문제가 제기될 빌미를 준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윤 대통령의 면회를 제안한 것과 강제 인치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 또한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에서 증거인멸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고, 강제 조사가 진행될 경우에도 묵비권 행사에 대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공수처의 실효성 없는 조치로 인해 서부지법 폭력사태와 같은 사회적 부작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 변호사는 “일반인 면회는 접촉 차단시설이라는 곳에서 녹음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그곳에서 증거인멸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조사 불응에 대한 보복이 아닌 이상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겠나”라며 공수처가 부족한 수사역량을 만회하기 위한 보여주기 식 수사로 사회적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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