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헌법재판소가 6일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진실공방을 펼쳤다. 곽 전 사령관은 12·3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반면,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의 자의적 해석으로 상식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특전사 병력을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당사, 선거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으로 출동을 지시한 핵심 인물이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오전 9시 4분쯤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9시 58분쯤 대심판정에 입장해 증인들의 증언을 들었다.
이날 증인으로는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박춘섭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3인이 출석했다. 이들은 가림막 설치 없이 각각 90분간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차 변론기일에서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한 증인신문 당시, ‘말 맞추기 의혹’ 등이 지적됨에 따라 이날에도 증인을 신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에게는 증인신문이 종료된 이후 의견진술의 기회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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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답변을 들은 뒤 발언을 하고 있다. 2025.2.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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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증인신문에서는 비상계엄 당시 707특임단에게 국회 ‘봉쇄’ 지시가 내려졌고, 이들이 실탄을 보유한 채 국회의사당 본관과 의원회관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윤 대통령의 “‘도끼’를 이용해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국회의사당 건물 ‘봉쇄’라는 의미가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건물 확보와 경계 차원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사당 출입 통제 등과 관련한 명확한 임무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건물 확보와 경계에만 초점을 맞춰 작전을 수행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전사 병력이 케이블타이를 휴대한 것도 체포가 아닌 건물 출입구 봉쇄를 위한 용도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탄핵심판 청구인과 피청구인, 증인들은 모두 큰 이견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의 이견이 발생한 부분은 곽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해제요구안 가결을 막기 위해 건물 내 병력 투입과,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에서 발생됐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안에 들어가 인원을 끄집어내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과정에서 곽 전 사령관은 언론보도와 민주당 의원들이 언급했던 ‘도끼’를 사용해 문을 부수거나,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등의 용어가 사용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제가 분명하게 공소장에서도, 또 국회 국방위에서도 도끼와 국회의원이라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도끼’와 ‘국회의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특전사 병력이 공포탄 및 테이저건 사용과 국회 전기차단을 논의한 것 또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지시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그 상황에서 (인원들을 끌어낼)방법을 찾다 보니 제가 논의해서 전기차단 방법도 있겠다 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화상회의를 통해)전파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족의결수가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문을 부숴서라도 안에 있는 인원들을 꺼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확실하다면서 해당 내용이 부당한 지시로 판단돼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이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고 진술한 횟수가 최초 1회에서 2회, 3회 등으로 달라진 바 있고, 검찰 조사와 국회 청문회 진술, 헌재 증언 과정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지시 내용의 ‘수위’와 ‘단어’가 변경돼 ‘오염된 진술’이라고 몰아세웠다.
해당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앞선 증인들의 증언을 청취하던 모습과 달리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단장이 비상계엄 당시 "체포 지시를 받지 않았다"라고 증언한 것에 대해서는 두 눈을 감고 진술을 청취했다. 재판부로부터 의견진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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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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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 증언 과정에서는 변호인에게 몸을 기울이고 무엇인가를 지시하거나, 변호인 질의 중 어깨를 툭툭 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자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곽 전 사령관을 응시하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재판부로부터 의견진술 기회를 얻자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의원을 끌어내라는 것은 제가 (그런 용어를)쓰지 않았고, 곽 전 사령관이 그렇게 이해한 것이다. 제가 사람이라는 표현을 두고 또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 없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이 부당한 명령이라 판단해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제가 만약 의원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면, 즉각 이것은 현재 상황에서 우리 병력으로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말 한마디 안 하고 뜬금없이 (곽 전 사령관이)상식에 안 맞게 ‘제가 (끌어내야 할 대상을)국회의원으로 이해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재판관분들이 상식선에서 문제를 들여다봐주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국회의사당 본청 건물 내 진입한 병력이 총 16명에 불과해, 윤 대통령이 150여 명이 넘는 국회의원과 또 그들의 보좌진 등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반론이다.
한편 헌재에서 비상계엄에 관여한 군 관계자가 윤 대통령이 국회에 병력을 투입해 국회 장악을 지시했다는 증언은 곽 전 사령관이 처음이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은 형사소추 상의 이유로 비상계엄의 핵심 의혹인 국회 내 병력 투입의 목적,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조 운영 의혹 등에 진술을 거부한 바 있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또 김 전 국방부장관이 의원이 아닌 '요원'을 빼내라고 지시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요원을 빼내라고 했던 시점에는 707특임단 요원들은 본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라면서 이들이 빼내라고 지시한 대상은 요원이 아닌 ‘의원’이라고 확신했다.
아울러 곽 전 사령관은 본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발언에)파급력이 커 멈칫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가 더 감춘다고 해서 될 성질이 아니라고 생각해(추가 폭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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