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정부가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문가들은 공공 개입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시장 침체 해소 여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남겼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이라는 제목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시장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한 가운데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 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1만6000가구에서 2022년 5만7000가구로 급등한 뒤 2023년 5만2000가구, 지난해 5만3000가구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 또한 지난 2023년 7월 이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준공 후 미분양 가구 수는 1만7200가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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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매입 등 방안을 담은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5년만 ‘LH 매입’ 카드…공사비 현실화·유동성 지원
정부가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LH 직접 매입 방법이다. 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LH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직접 매입하는 것으로 추진 물량은 약 3000가구 정도다.
LH가 지방 미분양 직접 매입에 나서는 건 지난 2010년 이후 15년 만이다. 앞서 LH는 준공 후 미분양이 5만 가구대였던 2008~2010년 당시 7058가구를 매입한 사례가 있다. 당시 미분양 주택 대부분이 분양가의 70% 이하에 매입됐다.
또 현재 비아파트에만 허용 중인 매입형 등록임대를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을 통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전용면적 85㎡ 이하)의 경우에도 허용키로 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하는 CR 리츠도 상반기 중으로 출시를 지원한다.
유동성 확대에도 나선다.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먼저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대해서는 지방 건설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적용 범위 및 비율 등을 오는 4~5월 중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방은행이 가계대출 경영계획 수립 시 경상성장률 3.8%를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금융기관이 지방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확대할 경우 가계부채 관리상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했다.
공사비 등 자금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사비 현실화 방안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한다. 공사비 산정 시 활용되는 표준품셈 개정을 당초 연말에서 상반기로 조기화하고 낙찰률 상향 등 4개 과제도 조속히 추진한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추진 시 건설사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책임준공에 대한 개선 방안도 오는 3월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이를 위한 국토부·금융위·업계 태스크포스(TF)가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등 시장안정프로그램을 통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에 최대 5조 원 규모 유동성을 지원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중소·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8조 원(대출 4조 원·보증 4조 원) 규모 자금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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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공공 개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미분양 증가 등 시장 침체 해소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어렵다고 평가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전문가 “LH 직접 매입, 필요하지만 실효성 의문”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지방을 중심으로 발현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대내외적 경제 불안에 더해 정치적 리스크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 개입하거나 움직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기조는 시장에서 자정적인 해결이 가능토록 유도하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LH가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매입형 등록임대의 경우에는 임대거주 수요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직접 매입 또한 과거 미분양 물량 증가 시 활용했던 방안임을 감안하면 필요한 정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다만 “LH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을 진행하는 만큼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측면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LH 입장에서도 임대수요 등을 고려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입 추진 대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미분양 아파트를 공공이 매입해서 임대한다고 해도 입지와 가격 등에 따라 임대수요가 다를 가능성이 높다”며 “건설사 등이 다른 미분양 아파트 품질은 균일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공공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은 좀 더 면밀한 기준을 적용해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품질·입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미분양 아파트에 과도한 혜택이 되지 않도록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단계 스트레스 DSR 차등 적용 등 유동성 지원 방안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미분양이 되는 아파트는 입지나 가격 등 측면에서 지역 수요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크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지나친 공공의 시장 개입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킬 여지가 있다”며 “무조건적인 정부의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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