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수주를 앞두고, 국내 전선 업계의 양대 산맥인 LS전선과 대한전선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양사는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고도화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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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전선이 동해시 사업장 인근 동해항에서 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오는 2036년까지 총 620km 규모의 해저 송전망을 서해안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해당 사업을 기존 계획보다 6년 앞당긴 2030년 완공을 공약한 바 있다.
전력 손실이 적고 장거리 송전에 효율적인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이 핵심 설비로 꼽히면서 관련 기업들의 수주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해당 사업의 총 사업비가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LS전선은 최근 강원 동해시에 해저케이블 다섯 번째 공장인 '해저 5동'을 준공했다. 이번 증설로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이 기존 대비 4배 이상 확대되며, LS전선은 아시아 최대급 HVDC 생산시설을 확보하게 됐다.
LS전선은 생산 공정에 핵심인 VCV(수직연속압출시스템) 라인을 추가해 경쟁력도 강화했다. 더불어 계열사인 LS마린솔루션은 1만 톤급 이상 HVDC 전용 포설선 신규 건조에 나서며 설계부터 시공까지 아우르는 턴키(일괄수주) 수행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대한전선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4972억 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2공장 1단계를 착공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640kV급 HVDC와 HVAC 해저케이블 생산을 목표로 설계됐으며, 최신 VCV 시스템도 도입된다. 대한전선은 2027년까지 공장을 완공할 방침이다.
이처럼 양사의 적극적인 투자 배경에는 HVDC의 시장 유망성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CRU에 따르면 전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2022년 6조 원에서 2029년 2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저케이블은 일반 교류보다 전력 손실이 적고 장거리 전송에 유리해 글로벌 슈퍼그리드 구축과 해상풍력 확산에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단일 사업 규모도 크지만, 향후 국가 전력망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의 기술력과 수주 역량이 총동원되는 분위기"라며 "해저케이블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양사 간 경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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