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규제·수익 공유는 변수…실제 매출 확대 지켜봐야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미국 정부가 성능을 낮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 확대를 검토하면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13일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보다 성능을 30~50% 낮춘 AI 칩의 중국 공급 허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 AI칩인 'H20'의 수출 재개 대가로 판매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입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추가 발언이다. 

엔비디아의 H20은 블랙웰 전작인 호퍼 GPU 기반 제품이다. 앞서 엔비디아는 H20 보다 개선된 중국용 블랙웰 기반 AI 칩 B20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로 출시가 무산된 바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B20과 같은 성능 조정형 모델의 출시 가능성이 재차 제기된다.

트럼프가 성능을 낮춰 중국에 공급하라고 언급한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AI 가속기에는 블랙웰 기반 AI 가속기에는 HBM3E 8단과 12단 제품이 사용된다. 업계는 성능을 낮춘 중국향 모델에도 HBM3E 8단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블랙웰보다 사양을 낮춘 중국 수출용 AI칩을 신규로 생산할 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생산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수요가 늘어날 수록 삼성전자의 HBM3E 공급 일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로부터 HBM3E 품질 검증을 받고 있다.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약 50%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약 30%로 2위에 머물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엔비디아의 HBM3E 12단 품질 테스트 통과와 더불어 차세대 HBM4 납품까지 성공한다면 판세는 뒤바뀔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 여부와 HBM 수요 증가는 별개로 봐야할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HBM 수요 확대가 국내 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AI칩 추가 수출을 허용한다고 해도 중국은 여전히 H20 사용 제제 압박을 이어가고 있어, 실제 공급 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할 전망이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며 엔비디아에는 약 45억 달러(약 6조2000억 원) 규모 H20 재고가 쌓여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또 엔비디아와 미국이 협상한 수익 공유 계약 역시, 공급사 단가 하락 압박 등으로 이어지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정부에 납부할 시 공급사 마진을 깎는 부담 요소로 꼽힌다. 수출 허용이 곧바로 대규모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현재 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회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대미 관세 협상 지원을 위해 워싱턴을 찾은 뒤, 현지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HBM3E뿐 아니라 HBM4, 파운드리, 패키징 등 전방위 반도체 협력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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