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반도체 경쟁의 최종 승부는 패키징에서 갈릴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시장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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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사진=삼성전자 제공 |
18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의 주요 경쟁 무대가 후공정(패키징)으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기술의 기반이 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미세 공정뿐만 아니라 패키징이 승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패키징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내부에 첨단 패키징 라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투자 규모는 약 70억 달러(약 10조 원)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당초 200억 달러 수준이었던 테일러 공장 투자가 4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HBM 생산뿐 아니라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종합반도체기업(IDM)'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도 "올해 테일러 팹 투자는 기존 캐팩스(설비투자) 내에서 진행하되, 내년은 올해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을 토대로 시장 일각에선 패키징 공장 추가 투자를 포함해 테일러 공장 투자 규모가 500억 달러는 훌쩍 넘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전략적 투자를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약 250억 엔(한화 약 17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R&D 센터 개소 시기는 2027년 3월로 예정하고 있다. 개소 시점에 맞춰 현지 연구 인력도 채용한다. 이 곳에서 삼성전자는 현지 기업간 협업을 통해 패키징 관련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선다는 목표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HBM3E 12단 제품 품질 검증을 받는 한편 HBM4 1c 나노 공정 양산 준비 완료 단계에 있다. HBM과 패키징의 동시 강화는 ‘메모리·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TSMC는 'CoWoS' 등 첨단 패키징 기술로 엔비디아 AI 칩 수요를 견인하며 미국 애리조나에 라인 확장 중이다. 내년은 올해 하반기 대비 2배 이상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포베로스 다이렉트 등 특수 패키징 확대를 통해 파운드리 재진입을 노린다.
이렇듯 각 기업들이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AI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 예전처럼 칩 자체를 더 작게 만드는 것(미세공정)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제는 잘 설계한 칩을 어떻게 묶고 배치하느냐(패키징)가 반도체 성능과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연산은 칩에서, 성능은 패키지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패키징이 성능·전력·원가·납기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AI 반도체 칩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만 보더라도 이 메모리 칩은 여러 개의 DRAM을 수직 적층해 만들어지는데, 이를 고성능 반도체와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반도체 경쟁은 미세공정이 아닌, 후공정 패키징 기술이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삼성의 메모리 역량과 패키징 투자 강화는 향후 시장 지형을 흔들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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