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권한 확대·집중투표제에 경영권 혼란 우려
미국 등 대외 협상서 불리한 카드 될 가능성↑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이 오는 23~24일 국회 본회의에 오른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사 관계의 불균형에 따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글로벌 시장 속 신뢰도 마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 서울 중구 세종로 일대. 프라자호텔과 서울 시청, 덕수궁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1일 재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으로 △근로자와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이 같은 개정안에는 노조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이 많아 향후 노사관계의 불균형에 따른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노조 권한이 커짐에 따른 소송남발, 경영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용자 범위 확대를 담고 있는 노조법 개정안 2조만 보더라도 그렇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 담당자 또는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선 이를 '실질적·구체적으로 근로 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고 있다. 즉 사용자의 범위가 넓어져, 원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하청 기업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복수노조가 있을 시 창구 단위를 단일화 하게 돼 있다"며 "하지만 개정 이후 하청노조가 원청에다가 교섭을 요구하게 되면, 복수의 창구 단위를 어떻게 조정해야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쟁의 행위 대상을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규정한 것도 노조에 대폭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현재 파업을 하기 위해선 조합원 투표와 쟁의권 취득 등 적법 절차를 거쳐야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노조의 판단에 따라 적법 절차 없이 쟁의 명분이 생긴다.

노조법은 노사 이해 관계가 얽혀있어 헌법 만큼 개정이 힘든 법안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금지법'도 1997년 법 개정 후 13년 간 유예와 논란 끝에 2011년 시행됐다. 사용자의 노조 개입을 차단하고 노조 자주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그와 반대로 노조 권한을 대폭 확장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겨우 맞춰 놓은 균형이 또다시 흔들릴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이번 개정안이 노사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소통플랫폼(소플)을 통해 성인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조법 개정 관련 국민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 76.4%는 법 통과시 노사 갈등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 이해 관계를 면밀히 파악, 고려하지 않고 개정한 법안이라 미비점이 많다"며 "유예기간을 단 6개월만 두고 졸속 처리하는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2차 상법 개정안 24일 본회의...기업 경영권 위축 우려

24일 본회의에 오르는 2차 상법 개정안 역시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2차 상법 개정안에는 지난달 본회의를 통과한 '주주 충실 의무'를 강화한 1차 개정안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포함한다.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골자로 한다. 모두 경영진의 위법·부당 행위를 견제해 소액 주주를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이는 기업 경영권을 흔들고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이라고 재계 안팎에서 입모아 말한다. 

특히 집중투표제의 경우 이사회 과반을 외부 세력이 차지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라, 소수 주주라도 지분을 합쳐 전략적으로 표를 집중하면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주주가 분산투표를 통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구조지만,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지분율이 낮아도 조직적으로 결집한 외부 세력이 이사 선임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에 기업 입장에선 개정안 시행 이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구조와 이사회 구성에 지금보다 더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후진국형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상법 개정과 노조법 개정, 중대산업재해 방지 대책이 그 출발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1주 1의결권' 원칙에 위배 집중투표제는 이미 주요 국가에서 부작용을 우려해 폐지하는 흐름이다. 미국은 대부분 주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폐지했으며, 일본도 경영상 혼란을 이유로 1974년 의무화를 폐지했다. 유럽권에선 해당 제도 자체를 도입하지 않았다. 

   
▲ 부산광역시 남구 용당동 신선대 용당부두에 보이는 수출입용 콘테이너.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으로 악순환 연속...대내외 협상서도 불합리한 카드로 

기업 입장에선 노조법 개정안에 따라 확대되는 사용자 범위를 벗어나기 위해 하청에 강성 노조가 들어오면 거래선을 변경하려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이는 곧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며 근로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상의가 소플을 통해 600개 국내기업, 167개 외국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되면 '협력업체 계약조건 변경 및 거래처 다변화'(45.0%·복수응답), '국내사업 축소·철수·폐지 고려'(40.6%), '해외사업 비중 확대'(30.1%) 등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청에 강성 노조가 들어오면, 국내에서 외국으로 눈을 돌린다거나 거래처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늘 것 같다"며 "원청과 하청의 협력관계 훼손은 물론 하청 근로자의 근로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안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노조법 2·3조와 상법 2차 개정안이 한·미 통상·투자 협상에서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통상·투자 협상 테이블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국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미국이 추가 양보를 요구할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최근 "법 개정안이 한국을 아시아 허브로 선택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원청 책임 확대·손배 제한 등은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 '노사 리스크 가중'으로 해석된다는 이유에서다. 

상법 개정 역시 소송 남발 가능성으로 경영 안정성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보완책이나 안정화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글로벌 투자와 외교 협상에서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은 통상 협상에서 자국 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협상 조건에서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등 추가 양보 카드가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경총·대한상의 등 경제 6단체는 "법안이 한국의 투자 환경을 악화시켜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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