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들이 돈을 맡겨만 달라고 하던 시대도 있었는데, 시대가 변한 건지 상식이 바뀐 건지 혼란스럽네요."
50대 전업주부 A씨는 최근 은행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모아둔 목돈을 가지고 정기예금 상품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1년짜리 상품과 3년짜리 상품에 금리 차이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 복잡한 재테크 기법에는 익숙하지 않아 마음 편히 맡겨두고 금리 혜택도 보려고 했던 계획이 '저금리 장기화'로 뒤틀려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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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은행에서 1년 넘는 장기예금 금리가 1년 만기 금리보다 낮거나 두 금리 수준이 비슷해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저금리 시대의 장기화에 따라 관측되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축은행 예금에도 관심을 갖는 등 재테크에 대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디어펜 |
일부 은행에서 1년 넘는 장기예금 금리가 1년 만기 금리보다 낮거나 두 금리 수준이 비슷해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저금리 시대의 장기화에 따라 관측되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축은행 예금에도 관심을 갖는 등 재테크에 대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에서 3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가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금융상품 통합비교 공시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기예금' 메뉴를 선택해 만기를 12개월로 설정할 경우 광주은행의 '스마트모아Dream정기예금' '아파트사랑정기예금' '플러스다모아예금'의 세후이자율은 각각 0.91%, 0.82%, 0.82%다. 그런데 같은 조건에서 만기만 36개월로 바꿀 경우 연 이자율은 0.77%, 0.69%, 0.69%로 바뀐다. 3년 만기상품의 이자율이 더 낮은 현상이 관측된 것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과 2년 만기상품의 금리가 동일한 상품도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2년 만기/3년 만기 금리가 같은 상품이 존재한다. 적금 상품 중에도 KEB하나은행의 일부 상품은 3년 만기와 4년 만기의 금리가 같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은행에 돈을 오래 맡기면 '우량고객'으로 분류돼 고금리 등 혜택을 부여 받는다는 전통적 상식에 반한다. 저금리 시대가 길어진 데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장기 예금상품 설계에 부담을 느낀다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리가 더 떨어지면 장기상품으로 갈수록 은행권의 손해가 커진다"며 "은행들이 현금 확보 경영을 가속화 하는 상황에서 이자부문 손실은 절대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보수적인 이자율 책정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안정적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들은 은행예금에 계속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권의 총 예금 규모는 1198조 21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0조원이나 늘어난 결과다.
불과 3개월 전과 비교해도 약 20조원이나 증가한 수치라 최근으로 올수록 예금에 몰리는 돈이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행 측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되면서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 잔액 비율)을 낮추기 위해 정기예금 유치에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객들 역시 경제상황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마음 편한' 은행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위험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원금보전이 가능한 예금상품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 금리역전 현상이 관측되고 있는 만큼 예금상품에 대해서는 저축은행권으로도 눈을 돌리는 등 적극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저축은행권에서는 이미 제1금융권에선 종적을 감춘 연2%대 예금상품이나 특판상품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의 1년 정기예금 상품 평균 금리는 이미 2.02%를 기록해 2% 대를 회복한 상태"라면서 "세후 기준으로도 2%가 넘는 이자율이 최근 저축은행권에선 드물지 않아 고금리 예금상품을 찾는 고객들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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