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비율·평가손실·의결권 절차·시기 고려할때 특혜 여지 없어"
[미디어펜=신진주 기자]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재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삼성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시작하면서 재계가 충격에 빠졌다. 재계는 민간인의 국정농단이 '정경유착'으로 번질까 노심초사했던 것이 현실화되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권남용 등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삼성그룹의 심장부인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검찰 측은 해당 사안이 삼성의 최순실 모녀 지원 의혹과 관련한 대가성 규명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합병비율과 시기, 평가손실 등을 고려해 볼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한 특혜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가 정경유착에 초점이 맞춰져 객관적인 근거는 결여된 채 삼성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하지만 합병비율과 시기, 평가손실 등을 고려해 볼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한 특혜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삼성에 혜택을 줬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크게 3가지 이유를 든다. 국민연금이 불리한 합병비율에도 찬성, 삼성 합병으로 국민연금 5900억원 평가 손실, 전문위원회 등 의결권 절차 지키지 않은 것 등이다. 

그러나 삼성과 증권가 등에서는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무책임한 의혹이라는 입장이다.

먼저 국민연금이 적정 합병비율을 1대 0.46으로 판단했음에도 이보다 불리한 1대 0.35비율로 합병해 수천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1대 0.46 합병비율은 양사의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임의로 산정한 수치다. 모두 상장법인으로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76조의 5)에 따라 3가지 산술 평균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도 이에 따라 정확하게 합병비율이 정해졌다. 

삼성 합병으로 5900억원의 평가가 손실된 부분도 합병 당시와 현재의 보유 지분 가치만을 단순히 비교해 나타난 숫자의 오류다.

재벌닷컴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가치가 2조1050억원에서 1조5186억원으로 약 59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합병 이후 169만5868주를 매각한 것을 감안하지 않고 분석한 것이다. 이 때문에 평가 손실이 실제보다 커 보이도록 과장됐다. 주총 합병 가액(15만9294원)과 10월 25일 삼성물산 종가 16만9000원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국민연금이 1229억원 이익이 났다.

의결권 절차와 관련한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국민연금은 산하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투자위의 찬성으로 결정됐다. 투자위의 의결에 난항을 겪을 땐 전문위를 개최하지만 해당 합병은 투자위의 찬성 결정에 문제가 없었다. 

면밀한 분석을 위해 국내 및 해외 주식에 대해 외부 자문회사를 둬 내부 검토에 활용하고 있으나 자문기관의 의견은 각 사 주주의 입장만 고려한 결과다. 이에 국민연금은 스스로 의결권을 판단해야 한다. 

또 박 대통령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는 합병 주총 통과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합병 민원을 제출한 대가로 미르재단 등에 지원했다는 주장은 시계열상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다수의 일반인 주주의 찬성으로 이뤄진 결과다. 당시 주주구성을 보면 개인주주가 22%로 국민연금의 2배에 해당한다. 개인주주들 중 55%가 출석해 84%가 합병에 찬성했으므로 진짜 캐스팅보트는 개인주주들이였던 셈이다. 

삼성물산은 개인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주주들을 대상으로 합병에 대한 설득을 공개적으로 진행해 합병의 의미와 미래 가치 등을 설명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근거는 다양하게 존재한다”며 “근거 없는 의혹제기 때문에 다수의 주주와 국민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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