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는 불황 속에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심지어 자기자신을 버리기까지 하는 노숙인들은 심리적·경제적인 면에서 누구보다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우울증으로 건강을 해치는 이는 물론이고 사업 실패로 생계를 꾸리지 못해 거리로 나앉은 이, 실패 후 대인기피증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 등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숙인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에 미디어펜은 재기에 성공해 반전의 삶을 살고 있는 노숙인들의 사례와 이들의 걱정을 덜어준 정부·지자체 지원정책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노숙인들이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통해 밝은 미래를 바라보며 자립의 의지를 다짐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연중기획-아름다운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노숙인⑨]서울역 광장 밝히는 교회 사역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남녀노소 수십 명이 집게와 비닐 봉투를 들고 이른 아침 서울역 앞에 모인다. 차가운 바람이 매서운 겨울이든 후덥지근한 여름이든 삼삼오오 모여 온갖 쓰레기와 담배 꽁초가 흩어져 있는 역전 광장을 치운다. 이들은 한시간에 걸친 청소 후 파출소 옆 해장국 집에서 담소를 나누며 함께 식사한다.

'서울역밀집모자친구들'이 지난 2년간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오전7시마다 꾸준히 가져온 청소봉사 모임의 모습이다. 모임 구성원인 온누리교회 마포공동체와 마포 산마루교회의 노숙인 및 교역자, 성도들이 앞장서 서울역 광장을 밝히고 있다.

온누리교회의 이웃 돕기는 일시적이지 않다. 노숙인 돕기 사역의 일환으로 큰 교회와 작은 교회의 아름다운 동행이 이어지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2016년 초 산마루교회의 '노숙인 목욕-빨래' 시설 마련 프로젝트 소식을 듣고 헌금 2억여원을 모아 건넸다.

이뿐 아니다. 온누리교회 마포공동체 교우들이 산마루교회의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강좌(해맞이대학)가 열리는 매주 화요일마다 간식을 준비하고 배식과 설거지를 맡아온지 1년을 훌쩍 넘겼다.

이들은 서울역 앞 광장 청소는 물론이고 노숙인 사랑의농장에 일손이 필요할 때면 찾아가 함께 땀을 흘린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노숙인 돕기에 대해 "이주연 목사님의 산마루교회는 대형교회인 온누리교회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게 해주며 균형을 잡아주신다"며 "한국교회가 각 지역 이주민과 장애인 노숙인들을 사랑할 때 하나님나라는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이주연 목사는 "온누리교회의 복음적인 사랑 실천에 한국사회의 희망을 봤다"고 언급했다.

'경배와찬양', '두란노서원' 등으로 이름을 알렸고 한국 기독교계의 대표적 대형교회로 꼽히는 온누리교회의 이 목사는 지난 1월 펴낸 저서 '생각을 생각한다'의 인세 전액을 노숙인 돕기에 헌금하고 있기도 하다.

   
▲ 교회의 이웃돕기 관련 사역팀은 노숙인 등 불우이웃들을 위한 아웃리치 상담과 기도모임, 바자회를 열어왔다./사진=온누리교회 제공

온누리교회의 노숙인 돕기는 지난 2015년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밝힌 2016년 사역계획에서 이 목사는 '예수님을 바로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는 표어 아래 교회에 공공성을 띤 사역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노숙인 섬김과 청년실업 해결방안 제시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온누리교회는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매월 1회 서울역 노숙자 상담소를 방문해 봉사하고, 서울역 앞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에 영어예배팀 등 다양한 소그룹이 방문해 급식 자원봉사를 맡고 있다.

교회 여성사역 좋은이웃모빌팀과 묵상과사랑나눔팀은 노숙인을 비롯해 독거노인과 불우청소년, 장애우, 탈북민, 교도소 구치소의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때로는 이들을 위한 아웃리치 상담과 기도 모임, 바자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앞서 온누리교회는 1999년 8월 사회복지법인인 온누리복지재단을 세워 노인과 장애인, 청소년과 노숙인 등 지역사회 복지사업을 통해 소외된 자라면 누구나 존중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데 나섰고, 지난 20여년에 걸쳐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온누리복지재단이 작년 8월1일 문을 연 노숙인쉼터 '친구네 집'은 온누리교회의 대표적인 노숙인 돕기 모델이다.

김환봉(57)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한 '친구네 집'은 노숙인들이 2박3일 편히 쉬고 가는 경기도 안성의 자유로운 주택 공간이다. 매주 2박3일씩 기수를 달리해 노숙인 200명 이상이 다녀갔다.

노숙인들은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망중한을 즐기며 바베큐 파티를 통해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교회가 세운 공간답게 곳곳에 성경구절이 적혀있고 찬송도 들리지만 종교에 대한 강요 없이 웃음꽃이 피기 일쑤다.

김 목사는 친구네 집을 시작한 사연에 대해 "서울역 노숙인 급식단체에서 밥퍼 봉사를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하나같이 절절하고 상처가 많은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시길 소원하며 돕는다"고 밝혔다.

소외된 이웃을 살펴온 온누리교회의 노숙인 돕기, 님비라는 심리적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한국교회가 사는 또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