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제하는 임금' 노동생산성과 무관한 인상률…객관적 근거·기준 없이 정치논리로 줄다리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 내에 구간설정위 및 결정위로 결정구조를 이원화하고, 결정위 위원으로 청년·여성·비정규직·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결정구조 문제의 본질을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용자, 기업측에게 정부가 인건비 하한선을 강제하는 제도다.

5일 정부 및 노동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동생산성과 무관하게 객관적 수치 등 근거나 구체적 기준 없이 정치논리로 줄다리기하듯 정해져왔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은 강성노조 반대로 임금체계 개편이 쉽지 않은 기업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휴수당을 포함시켜 사측의 인건비 부담이 기업에 따라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10.9%를 훨씬 상회해 33%까지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건은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온 최저임금위원회가 정부 입맛에 따라 거수기 역할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인상률 10.9%을 결정하면서 산입 범위 확대에 따른 보전분 1%·협상배려분 1.2%·임금인상률 전망치 3.8% 등을 근거로 들어 빈축을 샀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노동생산성·근로자 생계비·소득분배율·유사근로자 임금 등 4가지 기준을 근거로 정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위원회가 지금까지 인상률을 결정하는 실제 과정에서는 이 기준들에 대한 심의가 아니라 노사가 줄다리기 교섭을 통해 정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부분 결정됐다.

매년 6~7월 노·사·공익대표 9명씩 총 27명이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현행 구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전부 정부 추천인사로, 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이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사용자측 위원 9명 전원이 퇴장하고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위원회는 한밤중에 2019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사용자위원들은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뤄진 것"이라며 "향후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11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다음주 고용부 장관 브리핑을 통해 위원회 위원 수, 추천 방식, 결정기준 등 쟁점사항을 포함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관련 정부 초안을 설명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상하한 인상구간을 설정하면, 결정위원회는 토의를 통해 그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구조에서 쟁점은 상하한 결정기준, 결정위 위원수 및 위원 추천방식, 구간설정위 전문가 추천방식, 합의 실패시 최종 결정방식 등이 꼽히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8350원을 적용받는 국내 전체 임금근로자 중 98%인 284만명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업장에서 근무한다.

정부가 임금을 강제하는 최저임금 결정구조에서 인건비를 실제로 감당해야 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업장에 대한 대표성이 가장 큰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8년 국내 설비투자는 1% 마이너스 성장에 건설투자 2.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자영업자 체감경기는 곤두박질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29% 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이를 부담하고 실제로 돈을 내야 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인정받는 구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