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지역별 차등적용'·'대표성 괴리' 해결 요원
전문가들 文정부 소득주도성장 비판 쏟아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14일 열린 청와대 간담회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고통스럽다는 절박한 호소를 쏟아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미안하다. 결국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밝혀 여전한 온도 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자영업자·소상공인 의견도 충분히 대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최저임금의 일괄적용에 따른 업종·지역별 지급능력 격차 및 결정구조의 대표성 괴리에 대한 재계 우려는 가시질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7일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등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가 상하한선을 정한다는 개편안 초안을 발표하자, 중소기업중앙회는 "당장 생계유지가 불확실한 영세기업에게 검토하기로 한 구분적용이 언급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역별 최저임금 적용 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업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으면 수용하기 힘들다"며 "새로 설치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현 공익위원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8350원을 적용받는 국내 전체 임금근로자 중 98%인 284만명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업장에서 근무하지만, 기존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9명 중 이들을 대변하는 위원은 2명(비정규노동센터·청년유니온)에 불과했다.

한국 노동인구 25%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29% 급격하게 올라 한계기업들이 늘어났고, 올해부터 정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휴수당을 포함시켜 일부 기업의 경우 새해 인상률이 33%에 달해 인건비 부담이 급증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자영업자 폐업률이 2017년 88%에서 2018년 90% 이상으로 올라가고 지난 1년간 자영업자 100만여 명이 폐업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전망했다.

통계청의 1월 고용통계에 따르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4만9000명 줄어들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월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자·소상공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정부의 최저임금 드라이브는 전문가들의 비판에 부딪힌 상태다.

대표적인 경제학자들 모임인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14일 주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부쳤으나, 당초 제시했던 목표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달성한 것이 없다는 결론이다.

서강대 경제학부 최인·이윤수 교수팀 등 경제학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고용·투자·생산·성장·분배 관련지표들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소득이 줄고 국내 아닌 해외소비가 증가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목표인 실질적 소비증가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고, 잠재성장률마저 추락할 위험이 크다는 경고도 나왔다.

공동학술대회 이틀째인 15일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는 사전배포한 발표자료에서 "정부가 집행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최저임금의 기록적 인상이 실업과 소득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휴수당 포함 법제화가 맞물려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에 저촉하는 일자리를 없애거나 주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알바를 대거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방향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혀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답이 아닌데도 밀어부치는 정부를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의 현명한 정책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