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반에 이미 퍼진 과속인상의 후유증·부작용부터 확인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신임위원장이 지난 30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첫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도달가능한 목표' '홍익인간사상을 실천하는 훌륭한 제도' 등 속도조절론에 대해 모호한 언사를 늘어놓으면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고시기한은 8월5일로, 최저임금위는 늦어도 7월중순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하지만 동결 및 소폭상승 등 결정 방향을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위원장을 맡았던 박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제기된 것에 대해 이날 전원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속도 자체에 대한 여러 이익집단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사회·경제·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다각적으로 보는게 중요하다"고 말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박 위원장은 "장기적으로 우리가 왜 최저임금 1만원까지 못 가겠는가. 그것은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며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희망을 담은 것 아닌가"라고 언급해 이를 전해들은 전문가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 2018년 7월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19년 적용 최저임금 관련 경영계 긴급 기자회견' 모습. 당시 (왼쪽부터)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김극수 한국무역협회 전무·신영선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상무가 참석했다./자료사진=중소기업중앙회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는 "최저임금을 2년간 30%(주휴수당을 포함하면 50%) 가까이 인상했는데 그걸 견딜 경제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내년 최저임금을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지만 동결한다 하더라도 이미 과속인상의 후유증과 부작용이 산업 전반에 퍼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최저임금 급등이 곳곳에 고용참사를 불러왔다는 것을 1년6개월 만에 인정했다. 취약업종 일자리 감소를 비롯해 소득불평등도 크게 나아진게 없다. 올해 1분기 GDP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 활력은 바닥을 찍었다.

박 위원장은 취임 일성에서 "다각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보는게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지난 2년간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을 29% 급등시켜 일어난 노동시장 부작용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가 정하는대로 1인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지켜야 하는 무소불위의 통제기구다. 노동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박 위원장을 비롯해 공익위원 8명과 사용자위원 2명이 교체되면서 새로 진용을 갖춘만큼 최저임금위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당장 오는 4일 생계비 전문위원회 및 임금수준 전문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기초자료를 심사한다. 5일부터는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및 광주 등 3개 권역에서 현장방문과 공청회를 갖고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