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여동생 지지 얻어냈지만 국민연금 맹위 여전해
KCGI, 조 전 부사장 원하던 호텔 사업부 정리 천명
'오월동주'식 동맹 고리 파고들어야 경영권 방어 성공
   
▲ 박규빈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피붙이 간 극심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의 지지를 얻어내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역학관계들이 복잡해 대승적 차원에서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5일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일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3월 말로 예정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한항공에 조원태 회장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하는 차원에서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을 지지한다"며 조 회장에게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럼과 동시에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룹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쳐주길 기원한다"고 부연했다.

   
▲ 2020년 2월 5일 기준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 및 관계도./인포그래픽=박규빈 기자


이 고문과 조 전무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각각 5.31%, 6.47%로 총 11.78%에 달해 대주주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조 회장은 본인과 우호 지분을 포함해 총 33.45%를 확보한 상태다. 조현아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 간 삼각편대가 보유한 32.06% 대비 1.39% 앞서는 수준이다. 때문에 항공업계에선 전전긍긍하던 조 회장이 기사회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조 회장은 여기서 결코 안심할 수가 없다. 과거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한진칼 지분 4.11%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 몫인 탓이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지난해 5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서류 미비 사항이 없다며 한진그룹 총수에 조 회장을 직권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조 회장이 경영 참여를 거부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이며, KCGI·반도건설 등 외부세력과 손을 잡은 상태다. 당초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내 기내 면세점 및 기내식과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직을 원했으나 조 회장은 주력회사인 대한항공의 사업을 분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결정적으로 조 회장이 지난해 11월 한진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 측 사람들을 배제함으로써 경영 일선에 끼지 못하고 있는 신세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한진칼 지분 6.49%를 들고 있다.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할 경우 우호 지분량은 39.94%로 대폭 늘어나 경영권 수성에 성공할 수 있다.

KCGI는 한진칼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조 전 부사장이 원했던 호텔 사업부 정리를 천명한 바 있다. 이해타산에 의해 맺어진 이들의 '오월동주'식 동맹 고리는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이 부분을 정교하게 공략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에게 직책을 부여해 마음을 돌리도록 하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고 조양호 회장은 기업 경영을 걱정하며 가족들에게 유훈으로 진한 한 문장을 남겼다.

"가족들이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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