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위원장 "앞으로도 전무후무할 엄중한 상황"
한국노총도 당혹...정부측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전무후무한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몽니가 심상치 않다.

지난 11일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에 불참한 민노총은 올해 859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는 1만 770원으로 25.4% 인상하자고 나섰다.

민노총의 이번 요구안은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2.9%) 및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5.3%)은 물론이고, 작년 최저임금위 협상 당시 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등 노동계가 단일안으로 제시했던 인상률(19.8%)보다 높을 정도다. 

민노총은 이외에도 기업경영진 연봉을 최저임금 대비 최대 30배로 제한하는 '최고임금제 도입'을 비롯해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을 전면 적용하는 안도 요구했다.

   
▲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6월 11일 민주노총이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최저임금 고시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민노총은 지난해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고시하는 과정에 고용노동부의 재량권 일탈 등 문제가 있었다며 이 고시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사진은 최저임금위원회 모습./사진=연합뉴스
민노총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서야 할 한노총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한 한노총 관계자는 22일 기자의 취재에 "작년과 마찬가지로 실현 가능한,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양대노총이 함께 단일안을 내야 하는데 독자적으로 치고 나가는지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노총 사무총장은 11일 1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올해 평균 임금인상이 5.3%인데, 일반임금 인상보다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임금 격차와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며 민노총 안보다 훨씬 낮은 협상 데드라인을 암시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심의를 주재할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 또한 1차 전원회의에서 "지금은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전시상황이다.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앞으로도 전무후무할 엄중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이날 "아무리 좋은 제도(최저임금)와 의도(취약계층의 소득보전)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기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으면 효과가 발휘될 수 없다"며 속도조절 및 최저임금 미만율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실제로 법정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난해 30~40% 대에 달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5인 미만 사업장은 36.3%, 숙박음식업은 43.1%다.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노사정 각 9명씩 총 27명의 위원이 인상안을 정하고 투표해서 결정하는 단일체제다. 실제로는 심의과정에서 노사 양측 위원들이 극명하게 대치하는 가운데, 정부측 공익위원 9명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해마다 노사 격차가 너무 커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 해온 것이 최저임금위 실정이다.

올해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은 오는 29일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7월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위 심의가 마무리 되어야 최저임금 고시가 가능하다.

민노총은 오는 25일 열릴 2차 전원회의에는 참석 의향을 밝혔다. 민노총이 누가봐도 과도한 인상안을 끝까지 고수하다가 보이콧에 나설지, 한노총과 입을 맞춰 노동계 단일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