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민주당 의원, 국민 아닌 사원들에게 사과해야
제주항공 아닌 이스타항공에 주식 넘겨 일 더 꼬여
   
▲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 창업주 일가가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을 사측에 무상 제공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나마도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기자회견장에 임석하지 않고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가 대독해 진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의원은 '사랑하는 이스타항공 가족 여러분께'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과 절차는 적법했고, 관련 세금도 정상 납부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한다"고 언급했다. 사과 대상부터 잘못 됐다. 이 의원이 사과해야 할 대상은 정리 해고를 목전에 둔 1600여명의 이스타항공 직원들과 가족들이다.

또 "번민과 고민 끝에 본인과 가족이 '희생'을 하더라도 회사를 살리고, 체불임금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스타항공의 지분 전량을 사측에 '헌납'한다"고 했으나 실상을 따지고 보면 생색 내기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소재 본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왼쪽에서 두 번째)./사진=박규빈 기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스타홀딩스가 갖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 38.6%는 시가로 따지면 410억원 가량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증권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없고, 정확한 가치를 매기기 어렵다.

설령 이 값이 맞다 치더라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지난해 경영 정상화 자금조로 빌려준 100억원과 지상조업사 유류대금 100억원, 각종 법정 부담금 70여억원 등 270억원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140억원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250억원에 달하는 체불 임금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 체불 임금도 이번달이면 280억원 수준으로 불어나며, 항공기 리스료까지 계산하면 빚 규모가 6월 말 기준 173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 의원 일가는 이스타항공 주식을 회사 측에 털었기 때문에 경영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상직 의원이 멋지게 퇴각하는 방식으로 '주식 헌납'을 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에서도 조종사들을 비롯한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고통에 처해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 미디어펜 편집국 산업부 박규빈 기자
무엇보다 이 의원이 주식을 인수 협상 대상자인 제주항공이 아닌 이스타항공에 제공키로 해 일이 더 꼬이고 있다. 그 배경은 알 수 없으나 매각 주체가 바뀌게 된다는 것은 계약상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따라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지 않을 명분이 더욱 강화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이 의원 일가를 비롯한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문재인 대통령 사위 타이이스타젯 특혜 취업 논란·자녀 불법 증여 의혹을 사고 있고, 김현정 민주당 부대변인이 이스타항공 노동조합 측에 140억원에 달하는 임금 포기를 종용하고 있어 이스타항공 M&A는 정치 스캔들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항공을 창업해 직원들과 함께 피와 땀, 눈물과 열정을 쏟았다"고 했다. 창업주로서 지속 가능한 이스타항공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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