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 총리 탄핵에 비상계엄 ‘위법성’ 판단 안 해 ‘가늠자’ 불가
탄핵 각하·인용 결정에 재판관 성향 드러나 尹 탄핵 3인 기각 추측
[미디어펜=최인혁 기자]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을 기각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한 총리 탄핵 기각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미칠 영향을 판단할 ‘가늠자’가 되기란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재판관들의 성향이 확인됨으로써 이를 통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흐름은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헌재는 이날 오전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기각 5인(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각하 2인(정형식·조한창), 인용 1인(정계선)으로 기각을 주문했다. 이들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지연한 것에 대한 문제를 탄핵심판의 주요 쟁점으로 삼았다. 다수의 재판관들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직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임을 지적하고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에서 의결정족수에 문제가 있다며 각하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2025.3.18./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반면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진보 성향인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한 것은 헌재의 역할과 기능을 마비시키고,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해 탄핵 인용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공통분모로 여겨지는 비상계엄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생략했다. 국무회의의 위법성 문제도 다루지 않았다. 이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전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미리보기를 의도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법률적으로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재판관들의 성향이 드러나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과를 짐작은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특히 진보 성향의 재판관은 홀로 ‘인용’을 결정했고, 보수 성향 재판관들은 나란히 각하 또는 기각을 결정하면서 별개 의견을 제시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변호사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한 총리와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데칼코마니처럼 겹친다고는 보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연속으로 나오는 헌재의 결정을 봤을 때 윤 대통령에 대해서 탄핵까지 해야 하느냐라고 생각하는 재판관들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지성우 성균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가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해석도 없이 끝내버렸다. 대통령 탄핵심판에 힌트를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헌재가 아직 대통령 탄핵심판에 쟁점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았을 때 재판관들이 자신들의 성향대로 판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재판관들의 성향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재판관들의 성향이 어떠한가를 토대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재판관들의 성향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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