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협박 발언이 의견 표명?…'듣보' 주장"
"외국이었다면 판사가 법 왜곡죄로 처벌될 사항"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서울고등법원이 전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해 27일 법조계 일각에서 “왜곡된 법 해석”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와 주목된다. 항소심 판결이 통상적이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과 함께 판결 사유 또한 상식을 벗어났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전날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집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법조인들 사이에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항소심이 원심과 상반될 경우 사유가 명확해야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명확히 밝히지 못해 ‘결론에 짜맞추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은 특히 정치권에서 이 대표의 무죄 선고에 대해 ‘거짓말 면허증’이 발부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상식선에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에 대해 법 해석이 엄중하게 이뤄져야 함에도, 유독 이 대표에게 동일한 사안을 두고 재판부에 따라 재판 결과가 뒤집히는 일이 여러차례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번 판결에 대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 판결임은 물론, 사법부가 스스로 신뢰를 훼손한 매우 위험한 사건이라는 우려도 분출됐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의 경우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 아들의 허위 인턴 확인서 발급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어 이번 판결에 대해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인을 위해 법을 뜯어고침)이라는 비출도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2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판사 출신 L 변호사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서는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그러지 못했다. 미리 결론을 내고 이것을 스스로 정당화하려다 보니 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스스로 논란의 소지를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 변호사는 “최근 정치인과 관련된 판결에서 동일 한 사안에 새로운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재판부마다 결론이 다르게 나오고 있다. 판사들의 성향과 생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자체만으로 사법부에는 큰 위기가 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H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힘이 있는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참말이 될 수 있고, 또 국민들의 상식도 바꿀 수 있을 만큼 힘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법에도 힘의 논리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사법부가 스스로 인정한 판결이다”고 지적했다.

장용근 홍익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이 법리적으로도 큰 흠결이 있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일반인들에 대해서는 수동적이고 즉흥적인 사안에 대해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판결이 있다. 그러나 유명인이나, 공직자들은 예상 질문을 가지고 미리 준비한다. 또 이 대표에게 누구나 (그런 질문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대표는 자신이 변호사이기 때문에 (답변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대선 후보인 이 대표에게 일반인 기준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부터 오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재판부가 이 대표의 이른바 ‘협박’ 발언이 ‘의견 표명’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협박’이라는 것이 개인 의견이라고 하는 것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대표의 정확한 발언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이다. (국토부가)‘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했다’는 표현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명백히 거짓말이다. 이 대표가 직무유기라는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인데 이것이 어떻게 개인의 의견 표명이 될 수 있나”고 했다.

그는 “외국이었다면 판사가 법왜곡죄로 처벌돼야 할 사항이다”고 비판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재판부가 감경을 하려 해도 당선 무효형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무죄를 선고하기 위해 결론을 내리고 난 뒤 짜 맞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문제가 많은 판결이다”면서 “이 대표는 백현동과 관련해 국토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했다.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발언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이것을 의견 표명이라고 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주장이다”면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오류를 지적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변호사는 법조계에서조차 이번 판결에 대해 ‘납득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번 판결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와 형법상 협박죄에 대한 사형 선고와 다름 없었다”며 “결국 앞으로 선거가 거짓말 대잔치가 되도록 만든 아주 잘못된 판결이다. 또 판사가 법 해석을 넘어 자체적으로 입법을 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사법부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최은정·이예슬·정재오 부장판사)는 전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한 발언과, 국토부 협박에 따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상향 변경을 추진했다고 발언한 것이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 사진 원본이 확대됐다는 이유로 ‘조작’이라 볼 수 있다고 판단했고, 국토부 협박 발언 또한 압박감을 과장해 표현한 것일 뿐 허위 사실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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