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해도해도 너무한다. 안전에 관해 묻겠다며 불러놓고는 관련 질문은 안 하는 게 맞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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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국회 국토교통원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에 대한 2025년도 국정감사에서 건설 사고 증가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건설업계 대표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첫날 중대재해와 관련된 건설사 CEO들이 줄줄이 국감장으로 소환됐다. 하지만 장시간 대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출석은 허무하게 끝났다. 건설업계에서는 정치권의 '건설사 괴롭히기'라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13일 국토위 국정감사에는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조태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 등 5개 대형 건설사 대표가 건설현장 안전 사고 증가와 관련한 일반증인으로 출석했다.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2020년 이후 중대재해와 시민재해로 인해 사망자가 15명 이상 발생했거나 형사기소된 건설사"라고 설명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는 잇따른 중대재해가 발생, 노동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산재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입법 대책을 정리해 보고하라"는 등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도 중대재해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건설사 대표들이 국감장에 불려 나온 건 사고 방지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졌다. 맹성규 위원장도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국민생명과 안전이라는 국가 제1칙무와 연결된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건설사 대표들이 건설현장 안전사고와 관련해 마이크를 잡은 건 5명 모두 합쳐 고작 1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들에게 질문한 의원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한 명 뿐이었다.
정점식 의원은 송치영 대표에게 "대통령이 직접 면허취소를 언급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방안을 지시했는데 기업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라고 물었다. 송 대표는 "중대재해를 일으켜 송구한 마음"라며 "저희 직원들은 중대재해로 인해 혹시 미래에 회사가 어떻게 나아갈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뒤이어 나온 김보현 대표는 안전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정 의원의 질문에 "책임을 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안전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는 어떠한 일도 하지 못하는 관점에서 조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서 건설사 대표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짧게 밝히고 퇴장했다. 송치용 대표가 맹성규 위원장으로부터 추가 질의를 받았으나 안전과 관련 없는 아파트 현장 대위변제 사안이었다. 대표들의 퇴장 후 이날 국감은 마무리됐다.
이런 장면을 지켜본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할 거면 건설사 대표들을 국회에 왜 부른 거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 안전이 정말로 국가적인 중대 사안이라면 사고 방지를 위해 필요한 사안을 묻는 기회가 돼야 했다"며 "하지만 정작 이와 관련한 질문은 거의 없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건설사가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법적, 제도적 도움 없이는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 국감장에서는 이러한 점이 논의돼야 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감에서 안전사고와 관련해 실질적인 결과를 얻고자 했다면 대표가 아닌 안전책임자(CSO)나 관련 실무부서 관계자들을 불렀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대표들을 부르는 의도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사 대표들을 국감장에 불러 앉혀놓은 뒤 말 몇 마디 하게 하고 끝내는 행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올해는 국토위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건설사 CEO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결국 정치권의 건설사 면박 주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맹성규 위원장은 "10월 29일 건설협회 관계자(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를 불러서 종합적 의견을 듣고 필요한 보완조치 등 건설현장 산업재해 근절 방안 찾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구체적 방안이 나올지는 의문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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