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기 추모 속 취임 3주년 맞은 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 벗고 상속세 사실상 마무리 단계
‘인재 중심 경영’으로 부친 경영 철학 잇는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5주기를 앞두고 삼성 안팎에서 추모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취임 3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 뜻을 인재 중심의 리더십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사법리스크와 상속세 부담을 사실상 마무리한 이 회장이 어떤 리더십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25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오후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이 선대회장을 기리는 추모 음악회를 개최한다. 행사에는 미국 출장에서 귀국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24일에는 경기 수원의 선영에서 유족과 삼성 사장단이 모여 조촐한 추도식을 치르고, 이후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오찬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안팎의 추모 분위기는 다음달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으로 이어진다. 고인의 문화적 유산과 예술철학이 글로벌 무대에서 다시 조명되면서, 삼성이 강조해온 ‘가치 경영’의 원점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매년 10월은 이건희 회장의 기일과 함께, 이재용 회장의 취임 기념일(27일)이 겹친다. 예년과 같이 별도의 기념행사나 공식 발언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재 육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병행하는 최근 그의 행보 자체가 무언의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특히 올해 이 회장은 주요 재판에서 잇달아 무죄 판결을 받았고, 내년 4월이면 선대회장 별세 당시 발생한 12조 원대 상속세 납부도 마무리된다. ‘책임 있는 리더십’을 요구받는 시점에서 인재 경영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이 회장은 지난 3월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임하라”며 위기 속 실력 중심 조직 문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경영환경은 국가 총력전 수준의 글로벌 경쟁”이라며 신상필벌 원칙에 따른 임원 인사와 국적·성별을 초월한 특급 인재 영입을 공언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사람이 경쟁력의 원천인 한편, 어려울 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야 삼성다움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이 강조하는 메시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TSMC 출신 반도체 전문가 마거릿 한 부사장과, 글로벌 디자인계의 거장 마우로 포르치니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영입했다. 또한 8월부터는 임원 장기성과 인센티브(LTI)를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했고, 이달 초에는 전 직원 대상의 성과연동 주식 보상제(PSU) 도입을 발표했다. '성과는 곧 주인의식'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다. 삼성은 지난 9월 향후 5년간 6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대규모 고용 계획도 밝혔다. 반도체·디지털 등 핵심 제조업의 인재 저변을 확대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직접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25 테크 포럼’을 개최해 글로벌 개발자 80여 명을 초청, 삼성의 연구 전략과 비전을 공유했다.

이 같은 ‘인재 중심 경영’은 삼성의 전통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을 내세웠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S급 인재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를 ‘준비하는 리더십’으로 계승해 불확실성 시대 속에서 삼성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조용한 추모 시간 속, 삼성은 다시 한 번 ‘준비하는 리더십’의 본질을 되새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외부 메시지보다 실질적 변화로 리더십을 보여주는 스타일”이라며 “이러한 뚜렷한 행보가 이건희 시대의 철학을 현실적으로 계승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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