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익, 전년비 32%오른 12.1조원
HBM3E·DDR5 등 AI 메모리에 실적 반등
'갤럭시 폴드7' 흥행도 호실적 견인에 힘
52주 신고가 경신...4분기도 장밋빛 전망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AI(인공지능) 열풍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반도체 부문이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4일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 원,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 전 분기 대비 159% 급증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10조 원 중반대)를 크게 웃돌았다.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메모리 가격 반등과 AI 서버용 제품 판매 호조가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3분기 실적을 견인한 일등 공신은 메모리 반도체로 분석된다. 삼성은 HBM3E 12단 개선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 수요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엔 해당 제품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또 AI 확대에 따라 DDR5, 서버 SSD 등 고대역폭·고용량 제품의 판매가 급증한 점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인프라 확대 투자가 맞물리며, 삼성의 메모리 사업이 빠른 속도로 회복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예상을 웃돌며 4분기에도 수익성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이 HBM4 조기 양산을 추진 중이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도 수주 확보에 힘입어 적자 규모를 줄이고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로부터 23조 원 규모 차량용 칩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했으며, 4나노 이상 성숙 공정에서도 수주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LSI 부문에서도 고성능 이미지센서, 전력반도체 수요가 늘며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중심 구조에서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까지 균형을 맞추는 단계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X부문에서는 갤럭시 Z 폴드7의 흥행이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형 플래그십 모델의 견조한 판매로 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이 늘고, 플래그십 중심의 라인업 강화로 ASP(평균판매단가)도 상승했다. 가전(CE) 부문 역시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와 비용 절감으로 안정적인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 52주 신고가 경신...4분기에도 호실적 유력

역대급 호실적에 주가 역시 뛰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1.82% 오른 9만5000원으로 거래를 시작, 장 초반에는 9만6000원선을 터치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날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는 장중 9만75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기존 삼성전자 장중 최고가 기록은 지난 2021년 1월 11일 기록한 9만6800원으로, 4년 9개월만에 이를 넘어섰다.

   
▲ 삼성전자가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삼성 BKC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현지 미디어와 거래선을 대상으로 최신 'AI 홈'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실적 개선 흐름이 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도 이러한 흐름일 것으로 관측된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70% 가량 늘어난 54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열풍에 따른 HBM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이는 또 다시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올라탔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은 상반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며 “범용 메모리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서버용 수요가 늘어나 D램과 낸드의 가격 상승 추세도 하반기부터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실적을 계기로 AI 메모리 중심의 고부가 반도체 전략이 결실을 맺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재점화되고, 시스템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이 안정적으로 버텨주는 구도가 형성된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다. 결산 이전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되는 정보다. 삼성전자는 추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주주들의 관심이 많은 사안에 대해 답변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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