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동화 디지털 전환...디스플레이 수요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인공지능(AI) 고도화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전자기기’로 진화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완성차와 협업을 확대하며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삼성디스플레이가 'IAA모빌리티 2025'에서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로 새롭게 선보인 '디지털 콕핏'./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차량용 OLED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의 차량용 OLED 점유율은 55.9%로 1위를 기록했다. 출하량은 164만 대, 매출은 4억9200만 달러(약 7000억 원)에 달했다.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차량용 OLED 전용 브랜드 ‘드라이브(DRIVE)’를 선보였다. 하만과의 협업을 통해 차량용 OLED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완성차 제조사별 맞춤형 디스플레이 설루션 제시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필라 투 필라(Pillar to Pillar)’ OLED와 멀티 라미네이션(Multi-Lamination) 기술을 통해 운전석·조수석·후석을 아우르는 통합형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고 있다.

또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는 롤러블·슬라이더블·플렉시블 기술을 총동원한 차세대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다. 시동이 꺼지면 자동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켜지면 올라오는 10.25인치 롤러블 OLED, 14.4인치 커브드 조수석 패널 등 ‘숨는 디스플레이’ 콘셉트를 통해 자율주행 시대 속 사용자 경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와 LTPS LCD를 결합한 하이엔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기준 지난해 점유율은 24.5%로, OLED 부문에서는 삼성에 이어 2위지만 프리미엄 패널 라인업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핵심 기술은 ‘탠덤(Tandem) OLED’다. 발광층을 두 겹으로 쌓아 기존 OLED보다 밝기와 수명을 높였으며, SPM(Sub-Pixel Multiplexing) 구조로 안정성과 시야각 제어 기능을 강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LG디스플레이는 메르세데스-벤츠, GM, 캐딜락 등 9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OLE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플라스틱 기판 기반의 P-OLED 기술을 적용해 곡면 설계 자유도를 높였으며, 필요 시 화면을 펼쳐 사용하는 슬라이더블·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프리미엄 차량 디스플레이 시장의 절반(약 50%)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장(차량용 전자·전기 장비) 부문 성장세를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가 올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기업들이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전장 산업의 고성장성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시장은 2024년 4000억 달러(약 550조 원)에서 2028년 7000억 달러(약 96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완성차 중심 산업 구조가 배터리·디스플레이·센서·소프트웨어로 재편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전략적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움직이는 전자 플랫폼으로 진화할수록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정보창을 넘어 엔터테인먼트와 감성 경험을 통합하는 핵심 매체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OLED 기술 경쟁력이 곧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주도권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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