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 전기차 보급, 재생에너지 전환이 맞물리며 초고압직류송전(HVDC)이 차세대 전력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장거리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고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HVDC를 둘러싸고 국내 전선 업계가 기술 자립과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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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전선 국내 동해 사업장 전경./사진=LS전선 제공 |
27일 업계에 따르면 HVDC는 장거리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송전 기술이다. 과거 유럽 중심으로 발전해온 기술이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이 소재·절연체·접속 기술뿐만 아니라 시공 노하우까지 쌓으며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이 투톱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생산 거점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먼저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 해저케이블 공장을 오는 2028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완공 시 회사는 '생산-포설-유통'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하게 되며, 북미 지역은 물론 유럽에서의 HVDC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이 대폭 강화할 전망이다. 앞서 회사는 2009년 초기 해저 HVDC 초기 프로젝트 '제주 2연계' 시공을 통해 시공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대한전선 또한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남아공 생산법인 엠텍(M-TEC)의 공장 확장을 통해 중저압 케이블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고, 향후 HVDC용 케이블 기술 상용화를 위한 기반도 마련 중이다.
국내에선 충남 당진시에 약 1조 원을 들여 해저케이블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해당 공장은 축구장 30개 규모인 연면적 21만5000㎡ 부지로, 올해 6월 종합 준공된 해저1공장과 인접하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해저1공장 대비 약 5배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AI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이 맞물리며 전선 수요는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접어든 것으로 시장은 평가한다. 실제 투톱 기업의 수주 잔고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LS전선의 지난 6월 말 기준 수주 잔고는 6조1297억 원, 대한전선은 올해 8월 말 기준 3조250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 3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 시장 전망도 밝다. 정부에서 나서서 전력망을 해저로 돌리겠다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각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기관 전력망을 해저로 돌리겠다는 정부의 방향에 따라 국내 시장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구리 가격 변동과 해상 물류비 상승을 향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고 있다. 케이블 운송 비용은 실적의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자체 포설선을 마련하거나 생산 거점을 다변화 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구리 가격 상승의 경우 판가 연동제 조항을 고객사와 맺은 경우가 많아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AI와 재생에너지 확산 속에서 HVDC는 단순한 전력망 기술을 넘어 AI 산업의 필수 인프라 자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각국의 정부가 나서 전력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슈퍼사이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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