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해소·AI 반도체 반등 신호
기술중시·인재중심으로 '뉴삼성' 현실화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고 경영 전면에 복귀한 그는 AI(인공지능) 반도체와 바이오 등 신성장축을 발판으로 '뉴삼성'의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아 어떤 새로운 리더십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4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7일은 이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올해는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첫 해이자, 반도체 사업이 본격적인 반등 궤도에 오른 시점이어서 이 회장이 뉴삼성의 새로운 화두를 제시할 가능성에 눈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 2022년 10월 그룹 회장직에 오른 이후 대외적인 공식 메시지를 삼가는 경영 행보를 유지해왔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재판에서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며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벌어진 사법리스크가 10여 년에 걸쳐 해소된 것이다. 상속세 부담도 내년 4월 마지막 납부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뉴삼성을 만들기 위한 본격적 경영 행보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인재제일, 기술중시 그리고 도전과 혁신이었다면 올해는 그 정신을 이어 받아 이 회장이 자신의 리더십 색깔을 확실히 드러낼 시기라고 보는 것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삼성 위기론 넘어 '뉴삼성' 신호탄

삼성 위기론을 넘어 반등세를 탔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 원,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잠정)을 기록하면서 5개 분기 만의 영업이익 '10조 클럽'으로 복귀했다. 자연스레 올해 4분기와 내년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적 회복의 주역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으로 예측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 증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 다변화, 시스템 반도체 수주 확대 등으로 사업 전반의 체질이 개선됐다.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 등 신성장축이 현실화되면서 '뉴삼성'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뉴삼성을 위해 '기술 중심 리더십'으로 이끌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 반도체와 AI 인프라 중심의 대규모 투자 방향을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아울러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 재정비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최근 "책임경영의 측면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트롤타워 역시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2016년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 당시 위기 돌파를 위해 등기임원에 올랐던 전례를 고려하면, 올해 연말 인사나 내년 초 조직개편을 통해 복귀 신호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고 현장 경영에 나선 만큼, 삼성의 의사결정 구조도 보다 기민하게 정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30일에는 삼성전자 3분기 확정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이 예정돼 있고, 다음달 1일은 삼성전자 창립 56주년을 맞는다. 주요한 이벤트가 연달아 있는 만큼 재계는 이 회장이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열린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2025.10.24/사진=연합뉴스


◆ 故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선영 찾아 추도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를 맞이해 24일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했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삼성가(家) 친지들도 자리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사장) 등 경영진 50여 명이 선영을 찾아 헌화와 분향을 했다. 오후에는 전직 경영진 100여 명이 선영을 찾는다.  

이 회장은 추도식을 마친 뒤 경기 용인시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하며, 선대회장의 정신을 기렸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일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선대회장 5주기 추모음악회에 참석해 사장단 및 관계사 우수직원 등과 만찬을 함께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주기 추모식 직후 사장단 60여 명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이건희 선대회장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재계는 이 회장이 선대의 도전 DNA를 잇는 동시에 AI·반도체 중심의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뉴삼성의 방향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법 리스크를 벗은 그의 본격 경영 행보는 향후 삼성의 10년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