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아파트 전세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월세 가격이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27대책 등 강화된 대출 규제 이후 전세금을 마련하기 힘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반전세를 선택하는 임차인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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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리얼하우스 |
28일 리얼하우스가 KB국민은행 월간 시계열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6.27%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은 7.25%, 경기 5.23%, 인천은 7.8%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 가격은 서울이 2.08%, 경기 0.99%, 인천 0.39% 오르는데 그쳤다.
연도별 수도권 월세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소폭 오르내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법이 시행된 2020년 1% 상승에 이어 2021년에는 4.26% 올라 전세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2022년 이후에는 전세시장과 상관없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5.54%, 2023년 5.25%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2022년에는 보합 수준인 +0.04%, 2023년에는 -6.66%로 급락했다. 이는 포스트코로나 이후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후 월세 가격은 2024년 4.09%, 2025년 6.27%로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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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리얼하우스 |
아파트 월세 가격 상승뿐 아니라 월세 거래도 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비싼 월세를 선택하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는 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8월 전국 주택 월세 비중은 62.2%로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이는 2023년 연간 55.0%, 2024년 57.4%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특히 전세금이 높은 서울의 경우 월세 거래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 서울의 2025년 1~8월 누계 기준 전체주택 월세 비중은 64.1%로, 2023년 56.6%, 2024년 60.0%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세 시장 확대를 대비한 건설사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두산건설은 인천 ‘두산위브 더센트럴 도화’의 면적구성을 모두 84㎡(이하 전용면적) 이하로 구성했다. 인천 미추홀에 들어서는 이단지는 직주근접형이라 임대 수요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분양 관계자는 “인천은 비규제지역인데다 9월 기준 월세전환율은 5.56%에 달해 임대 수익률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서울 등은 2년 실거주해야 하는데 비해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서울 ‘힐스테이트 이수역센트럴’을 44~84㎡의 중소형 위주로 구성해 도심 실수요층과 임대수요를 동시에 겨냥했으며, 11월 선보일 ‘힐스테이트 광명11(가칭)’은 일반공급 652세대(총 4,291세대) 가운데 628세대(약 96%)를 전용 59㎡ 이하 소형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고양 ‘식사 푸르지오 파크센트’(74·84㎡)와 김포 ‘풍무역 푸르지오 더 마크’(74·84㎡)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 중소형 위주 단지를 공급하며 임대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일신건영의 ‘천안 휴먼빌 퍼스트시티’(84㎡) 역시 실속형 단일면적으로 구성돼 지방에서도 소형 중심 설계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10·15 대책 이후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고, 월세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반월세를 선택하는 임차인이 늘어난 데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2년 실거주 의무까지 추가되며 임대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규제 때문에 전세금을 대출받아 충당하기가 어려워졌고, 의무 실거주 요건으로 인해 임대 매물은 더 줄어들 것이며,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며 “정책에 따라 필연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주거 약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정책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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