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고성능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세계 각국이 노후 전력망 확충에 속도를 냄에 따라 전력업계가 수혜를 보고 있다. AI데이터센터(AIDC) 확대에 따라 미국·유럽·아시아 전역에서 전력 공급 병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를 대응하기 위한 송전망 증설과 교체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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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전선이 동해시 사업장 인근 동해항에서 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
14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기준 구리 현물가는 톤당 약 1만940달러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석 달 전 대비 12% 이상 오른 가격대이며 17개월 만에 최고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은 톤당 8500~1만 달러 박스권 상단에서 움직이며, 전력 인프라 수요와 투자 확대를 반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리 가격 급등은 전선 업계의 외형 성장으로 직결된다. 전선 업체들은 원재료 가격을 판매단가에 반영하는 원가연동형 계약을 주로 채택하고 있어 구리 가격이 오르면 매출액 규모 역시 증가한다. 다만 원재료 가격이 뛰는 탓에 영업이익률 개선 폭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전선업체들은 역대급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LS전선은 북미 HVDC(초고압직류), 유럽 해상풍력 연계 케이블, 중동 장거리 송전 프로젝트 등을 기반으로 수주가 빠르게 늘어 올해 6말 기준 전체 수주 잔고가 6조 원 안팎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전선 역시 미국·중동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따내며 올해 3분기 기준 수주 잔고가 3조 원대 중반까지 증가했다. 글로벌 프로젝트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해외 성장세가 뚜렷하다.
AIDC 확장은 앞으로도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를 이끌 전망이다. AIDC는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수배의 전력을 요구하며,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한 개당 소비전력만 수백 와트에 달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유럽 에너지규제협력기구(ACER)는 AI 연산 증가로 2030년 전후 주요국 전력망이 구조적 병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대규모 송전망 및 전 인프라 강화 계획을 앞당기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재생에너지 연계 송전망 확충과 초고압(HVDC) 프로젝트 확대에 대한 투자를 주요한 고제로 삼고 있다. 일본·호주·중동에서도 AIDC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송전망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등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전기차 시장 확장도 전선업계의 또 다른 성장 축으로 꼽힌다.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구리 권선(코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LS전선·대한전선의 권선·특수전선 사업부 실적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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