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10조 돌파 눈앞 등 대형사 수주액 증가
중견사, 대형 사업지 언감생심…수도권 소규모 집중
[미디어펜=서동영 기자]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서울과 수도권에 이어 지방까지 대형 건설사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중·소 건설사들의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들이 경쟁 수주를 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견사들은 10대 건설사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이나 비주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건설불황 장기화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상당수 10대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 확대…현대건설 10조 눈앞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상당수가 전년 대비 올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상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 2024~2025년(19일 기준) 10대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액 현황.
현재 선두는 현대건설이다. 전년 6조612억 원을 기록한 현대건설은 올해 9조445억 원을 확보하며 7년 연속 정비사업 수주 1위 타이틀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업계 최초 정비사업 10조 수주 돌파도 눈 앞에 두고 있다. 현재 공사비 1조4663억 원에 달하는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위는 삼성물산으로 전년 3조6398억 원에서 올해 8조3488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DL이앤씨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서울 은평 증산4구역 재개발을 확보한다면 수주액은 9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포스코이앤씨(4조7191억 원→5조9623억 원) △GS건설(3조1097억 원→5조1440억 원) △HDC현대산업개발(1조3332억 원→3조7900억 원) △롯데건설(1조9571억 원→2조9500억 원) △DL이앤씨(1조1809억 원→2조6800억 원) 등 10대 건설사 중 7개 사가 전년 대비 수주액을 늘렸다. 

이런 정비사업 수주액 증가는 서울과 수도권 내 대형 정비사업장에서 잇달아 시공사를 선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한남5구역 재개발(1조7584억 원)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 원) △압구정2구역 재건축(2조7489억 원) 등 공사비가 조 단위 또는 그에 육박하는 사업장들이 많았다.

이들 사업장은 원래부터 10대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를 선호하는 데다 고금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영향으로, 안정적으로 공사비를 조달할 수 있는 대형건설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정비사업은 건설사의 신용 공여를 통한 대출을 받아 공사비 등 사업비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가장 좋은 삼성물산(AA+)과 현대건설(AA-)로 수주가 몰린 이유이기도 하다. 

   
▲ 10대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증가세 속에 중견건설사들은 소규모 정비사업이나 사업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방서도 밀려난 중견 건설사들, 돌파구 마련 고심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 호실적이 '남의 집 잔치'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 현장설명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지만 분위기 파악이 목적이지 입찰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10대 건설사에 비해 우리 회사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건설사는 그나마 노려볼 수 있었던 지방 정비사업장에서도 대형 건설사에 밀리고 있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그나마 사업성이 높은 광역시 등에서도 10대 건설사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대건설은 지난 8일 공사비 3567억 원의 부산 사직5구역 재개발을 따냈다. 삼성물산은 지난 6월 공사비 6892억 원에 달하는 울산 남구 B-04 재개발을 확보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쟁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견건설사로서는 대형건설사를 상대로는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이길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미분양 부담으로 그동안 재미를 봤던 자체사업을 자제하는 가운데 지방 정비사업마저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 중견건설사들은 어떻게든 틈바구니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10대 건설사가 잘 찾지 않는 수도권 소규모 정비사업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동부건설, 한신공영 등이 대표적이다. 동부건설은 금천구 시흥동 일대 석수역세권 모아타운 1·2·3구역, 천호동 145-66번지 가로주택정비사업, 강남구 개포현대4차 재건축 등 서울 내 소규모 정비사업을 확보했다. 특히 개포현대4차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강남 일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는 점이 의미있게 다가오고 있다. 한신공영은 금천구 시흥1동 모아타운, 은평 대조A3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확보했다. 두 사업의 공사비는 각각 2206억 원과 1505억 원에 달한다. 

그동안 자체사업 비중이 컸던 호반건설은 서울사업소를 신설, 서울과 수도권 정비사업 수주 본격화를 선언했다. 다만 초반에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확보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대형 사업장도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도 소규모 정비사업을 눈여겨 보는 움직임을 보인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10대 건설사가 소규모 사업 마저 뛰어들면 우리로서는 두 손 들고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다 보니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공공공사나 플랜트 같은 비주택으로 사업 다각화에 힘쓰는 건설사들이 눈에 띄고 있다. 금호건설은 지난 9월 공사비 6012억 원(금호 지분 3607억 원) 규모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의 '축산자원개발부 이전사업'을 수주했다. 같은 달에는 함안복합발전소 야드건설공사(1112억 원)과 '조야~동명 광역도로 건설공사(630억 원)'도 수주했다. 이런 노력 덕에 금호건설의 3분기 매출액은 523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4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 뿐만 아니라 올해 전체 실적이 전년 대비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