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사장단 인사 발표...사법리스크 해소 후 첫 인사
DX·DS 투톱 재정렬, SAIT·CTO에 기술 인재 전면 배치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21일 2026년도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며 '뉴 삼성'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뒤 처음 단행된 이번 인사는  DX(디지털경험)·DS(디바이스솔루션) 양대 사업에 각각 대표이사를 배치하고, SAIT(옛 종합기술원)와 DX 최고기술책임자(CTO)에 기술 인재를 과감하게 기용함으로써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와 조직 안정성을 동시에 꾀한 조치로 평가된다.

   
▲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21일 업계에 따르면 2026년도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DX·DS 양대 사업부를 대표이사 체제로 재정렬한 점이다. 노태문 DX부문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내정돼 그간의 직무대행을 떼게 됐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장, SAIT 원장 등 3가지 업무를 담당했던 전영현 부회장은 SAIT 원장직을 뗐다.

다만 기존 핵심 사업부장을 그대로 겸직하면서 사업·제품·기술 의사결정을 일원화한 구조를 유지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경험(MX)·메모리 시장에서 조직 안정성과 사업 실행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SAIT 원장에는 하버드대 교수 출신 외부 인사인 박홍근 사장이 신규 임명됐다. 박홍근 사장은 1999년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돼 25년 이상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 온 글로벌 석학이다. 

삼성전자 DX부문 CTO 사장 겸 삼성 리서치장엔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가 승진 임명됐다. 윤 사장은 사물인터넷과 타이젠 개발팀장, 소프트웨어 담당 등의 보직을 거치며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유망 기술 투자를 주도해왔다. 삼성전자는 윤  DX부문 CTO 사장 통해 주력 사업(S/W·모바일·가전)과 미래 기술(AI·로봇·차세대 플랫폼)의 시너지를 가속하겠다는 구상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 핵심 부문장 겸직 유지하며 조직 안정·속도 강화

업계에서는 이번 사장단 인사가 사법 리스크 해소 후 삼성의 방향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첫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와 모바일의 사업 안정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삼성의 조직 무게 중심을 AI·기술 중심으로 돌리겠다는 신호가 분명해졌다. 단순한 고위 임원 교체가 아니라 삼성이 AI 시대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구조적 전략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는 이 회장이 수차례 강조해온 '미래 기술 중심 경영'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AI·로봇·양자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핵심 기술 경쟁에서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도 SAIT와 연구 조직을 중심으로 미래 기술 기반을 재정비하고 있다. 하버드대 석좌교수 박홍근 사장을 SAIT 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번 인사로 인한 변동이 예상보다 소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시장에선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후 처음 단행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사업부장, TV 사업부장 교체설이 제기됐지만, 실제 인사 규모는 소폭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관성을 포함한 안정적인 유지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 가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핵심 사업 부문장들이 기존 겸직 체제를 유지한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MX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각각 DX·DS 부문장을 겸직하며 사업별 전략 일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X, 메모리 등 주요 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시장 선도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가 정기 인사보다 우수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는 인사를 더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는 이미 올해 두 건의 수시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갤럭시 S25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최원준 부사장을 MX사업부 COO 사장으로, 글로벌 디자인 거물인 마우로 포르치니를 DX부문 CDO 사장으로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10만 전자'를 달성한 삼성전자가 '뉴 삼성'을 향한 체제를 어떻게 완성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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