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70%대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제품 중심의 기술·생산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HBM4 전환이 본격화하는 만큼 양사는 수율·공정·패키징 역량을 강화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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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
24일 업계에 따르면 트렌드포스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HBM4 전환이 본격화하는 내년 HBM 수요가 올해 대비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 제품 대비 대역폭, 전력 효율, 발열 부분이 크게 개선되면서 차세대 AI 가속기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모델 복잡도 증가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 고도화로 실제 HBM 수요가 예상치를 웃도는 흐름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거론됐던 수율 이슈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평가 속에서 5세대인 HBM3E 엔비디아 공급을 확대해가고 있는 흐름이다. 해당 제품은 기존 HBM3E 대비 전력 효율과 대역폭을 각각 20% 이상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HBM4 개발도 주력 중이다. 이를 위해 기반이 되는 1c(10나노 6세대) 공정을 적용한 고성능 D램 양산 라인을 연내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을 공식화하며 "이미 공급 중인 메모리 제품뿐만 아니라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대폭 향상시킨 HBM4 공급을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세계 최대 규모의 AI 팩토리 구축 협력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히며 주목을 받고 있다. AI 팩토리는 설계-공정-운영-품질관리까지 전 과정에 AI가 적용되는 차세대 제조 플랫폼으로, 삼성전자가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할 경우 GPU 기반 제품군과 HBM4 공급 확대가 동시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삼성전자는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이 공식화한 만큼 HBM4 공급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통해 공식화한 평택 P5 재개 투자 역시 HBM4 대응을 위한 기반 확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2030년까지 한국 기업들과 추진하는 AI 인프라 확대 프로젝트에 삼성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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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공정을 둘러보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왼쪽)./사진=SK 제공 |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회사는 TSV(실리콘 관통 전극) 구조 최적화, 발열 관리 기술, 초정밀 적층 공정 등에서 앞선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요 글로벌 고객사인 엔비디아로부터 12단 HBM3E의 성능과 수율을 일찌감치 인정받으면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업계 관계자는 "HBM3E 세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적층 공정 안정성이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 생산 물량 상당 부분을 예약, 판매한 상태로 알려졌다. HBM4·HBM3E 생산량은 주요 고객사의 주문량을 크게 웃돌며 사실상 완판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내년 HBM 공급 계획을 최종 확정했으며, 솔드아웃 상태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HBM4의 경우 주요 제조사들의 초기 검증을 마쳤으며,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양사의 기술 경쟁이 TSV·적층 공정·패키징·발열 관리·수율 최적화 등 전방위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4 세대부터는 패키징 기술과 전력 효율, 발열 제어가 시장 판도를 크게 흔들 것"이라며 "차세대 공정과 패키징 역량 확보 속도가 향후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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