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서]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받는다는 원칙이 한·미 관세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재차 명시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세부 협상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만큼 한국산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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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 14일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량이 큰 국가와 미국이 협상할 경우, 한국이 그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이 향후 다른 국가와 반도체 관세 협정을 체결하더라도 한국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최혜국(MFN) 대우를 다시 확인한 조치다. 그러나 미국이 반도체 품목의 최종 관세율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며, 대만 등 주요 교역국의 향후 논의 결과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했다고 보면서도 핵심 변수로 미국의 최종 결정이 남았다고 강조한다. 미국·대만 간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실제 세율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남아 있어 완전히 가시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발표는 기존까지 이어오던 협상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한국 차별 금지' 원칙의 반복일 뿐 새로운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기업의 피해가 더 커지는 구조여서 실제 정책 추진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심화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산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김 연구원은 이어 "반도체를 한국보다 많이 교역하는 국가는 말레이시아·대만 정도에 불과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라는 표현 역시 기존 최혜국 대우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고, 이번 문건만으로 향후 전망을 판단하긴 어렵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 역시 반도체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촉각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관세 협상에서 확정되거나 진전된 것이 없기 때문에 언급할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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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반대로 이번 팩트시트 내용이 '최혜국 대우'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문구만 보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라고 명시했지만 이를 최혜국 대우로 단정할 수 있을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다양한 국가가 얽힌 반도체 공급망 특성상 여전히 관세 정책 변화에 예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한·미 협상 결과를 토대로 재계와의 후속 논의에 나선다.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구체적 내용과 향후 절차를 설명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으로도 '원 팀' 체제로 무역환경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투자·일자리 창출,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구조개혁 분야, 다음주 예정된 G20 정상회의와의 연계 경제효과 등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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