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와 LG그룹 계열사들이 메르세데스 벤츠와 '전장 동맹' 강화에 나섰다. 전기차·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이 가속화하는 시장 속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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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3일 오후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나 파트너십을 다진다. 이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의 만남은 지난 3월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면담 이후 8개월 만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 등이 주요 사안으로 꼽히는 만큼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CEO도 동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번 회동에서 만찬을 나누며 양사 간 파트너십을 공고히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회장이 그간 삼성전자의 오디오·전장 자회사 하만 인수를 주도하는 등 전장 사업 육성에 주력해 온 만큼 이번 회동 역시 주요 계열사들의 차량용 부품 공급 관련 논의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지난 2017년 이 회장은 미국 차량용 전장·오디오 전문 기업인 하만을 약 80억 달러(한화 약 9조 원) 규모에 인수한 바 있다.이를 기점으로 차량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드카 설루션, 오디오 시스템 등 전장 분야 기반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올해 5월에는 하만을 통해 바워스앤월킨스를 보유한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현재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하만은 벤츠 전기차 EQS에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으며, 카 오디오에서도 협업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 공급도 협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벤츠와 협업 시 해당 분야에서 더욱 입지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삼성이 벤츠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디지털 키 등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향후 반도체·배터리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벤츠가 기존 중국계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가운데, 삼성 계열사도 벤츠 배터리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전기차 협력 확대는 삼성전기에도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기차 한 대에는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가 수천 개에서 많게는 수만 개까지 탑재되는 만큼, MLCC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삼성전기의 긍정적인 성장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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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를 찾은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사진=김견희 기자 |
◆ 전장 사업 힘 주는 LG...벤츠 협력 확대 기대↑
이에 앞서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를 찾아 LG전자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진과 회동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검정색 벤츠 스프린터에서 내려 동관 후문으로 들어왔다.
그는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LG는 벤츠의 오랜 파트너"라며 "LG전자와 기술 협력이 오늘 미팅의 목적"이라며 회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이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도 도착해 현장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됐다.
이번 LG그룹 주요 계열사와의 회동은 칼레니우스 회장의 한국 방문 일정에 맞춰 이뤄졌으며, LG와 벤츠가 추진해온 '원(One) LG' 전장 설루션 협력 확대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회의에는 조주완 LG전자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 등 전장 사업을 영위하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
양측은 회의를 통해 벤츠가 추진하는 △전기차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디지털·자동화를 통한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등을 중심에 두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ADAS 등 SDV 전환의 핵심 기술을, LG디스플레이는 곡면 구현이 가능한 P(플라스틱)-OLED 기반의 초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솔루션을,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 모듈·라이다·레이더 등 자율주행센싱 기술을 각각 소개했다.
LG그룹은 이미 2004년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급을 시작으로 벤츠와 20년 넘게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전기차와 SDV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월 벤츠와 약 15조 원 규모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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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를 찾은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시장. /사진=김견희 기자 |
이 밖에도 LG전자는 벤츠와 함께 올레드 기반의 파노라믹 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EQS 모델에 탑재했으며, LG디스플레이의 P-OLED는 벤츠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MBUX 하이퍼스크린'에도 적용됐다. LG이노텍은 자율주행센싱 부문에서 추가 협업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LG이노텍은 기존 카메라 모듈과 조명을 넘어 최근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듈로 전장 부품 사업을 확대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전략적인 공동 파트너십이 차세대 차량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양사의 강점을 결합함으로써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갈 차량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사용자 경험 중심의 가치 제안, 통합 SDV 솔루션 포트폴리오,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기술력과 신뢰도 등 전장 사업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메르세데스-벤츠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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