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불법사찰 포함한 '영포빌딩 문건 3395건'…MB정부 정치개입 드러날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22일 구속영장 발부 후 23일 입감 절차를 거쳐 서울동부구치소 독거실에 수용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110억 원 뇌물 수수와 350억 원 횡령 등 방대한 내용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은 최장 20일간 신병을 확보해 옥중조사를 비롯해 추가혐의 수사를 마친 후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추가수사가 필요한 의혹들은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일부는 영장에 배경 설명으로 언급되어 기소 단계에서 혐의가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받은 10억 원·김진모 전 비서관이 받은 5000만 원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현대건설 통행세 2억 6000만 원 등 뇌물수수 추가 혐의를 비롯해 차명재산에 대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 법률 위반 혐의·조세포탈 혐의가 추가 적용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 전 대통령 추가혐의 중 법조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은 MB정부 집권 당시 전방위적으로 일어났던 불법사찰 의혹이다.

앞서 'MB 집사'로 불리우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로 영포빌딩 다스 창고를 압수수색했던 검찰은 3395건의 청와대 문건을 확보했는데, 문건에는 법조·종교·언론·교육계 등 정부 정책기조 반대측에 대한 관리와 개입 정황이 드러나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불법 사찰 정황이 담겨있는 경찰 보고서도 영포빌딩에서 여러건 발견되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문건은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취임해 2013년 2월 퇴임할 때까지 대통령실 산하 민정수석비서관실로부터 보고 받은 '현안자료'로 확인됐고, 국가정보원의 '주요국정정보'·경찰청의 '현안참고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문건들이 그 자체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할 만하다고 판단해 관련 내용을 구속영장에 명시했지만, 추가 수사 중이라 혐의로 적시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적인 불법사찰 의혹에 있어서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의 운영 및 정치개입이 사실로 확인되면 기존 혐의와 차원이 다른 파장을 끼칠 것으로 관측했다.

   
▲ 110억 원 뇌물 수수 및 350억 원 횡령을 비롯해 조세포탈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고손실·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4개 혐의를 받아온 이명박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구속됐다./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기존 혐의는 14개에 이른다.

법조계는 뇌물 수수·횡령·조세포탈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국고손실·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기존 혐의 대부분 사익을 위한 것이고 불특정 다수의 인권이나 개인정보 침해 소지는 적다고 봤지만, 불법사찰·블랙리스트에 따른 정치개입이 사실이라면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든 것이어서 심각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23일 서울지방경찰청 치안지도관 김정훈 총경을 팀장으로 한 10명 규모의 진상조사팀을 꾸려 해당 사안을 살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진상조사팀이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사찰 의혹 등 내용이 알려진 정보보고 문건 작성자와 작성경위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이철규·윤재옥 의원이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을 지낸 이력이 있어 경찰이 정치권 인사까지 조사를 시도할 수 있다고 봤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십억 원 이상을 들여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음해 공작을 벌인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고, 당시 대북공작금을 유용해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현동 전 국세청장을 재판에 넘겼다.

법조계는 불법사찰 및 정치공작이 실재했다면 이 전 대통령이 이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가 범죄사실로 드러나는 관건이라고 보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앞으로의 구속수사에서 불법적인 정치 관여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추가 조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23일 "검찰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혐의를 수사하려 한다면 변호인 입회하에 이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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