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남북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지만 미국 정치권과 언론 등 조야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구멍을 속속 확인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레버리지가 훼손된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선박들을 이용한 환적으로 원유와 석탄을 밀거래한 것을 확인했고, 무기와 불법자금 거래까지 일삼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전문가패널의 중간보고서 일부 내용에 따르면, 북한측 금융 브로커들이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활동했고 중국·러시아 등 300여개 기관과 개인들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면서 북한과 합작사업을 벌인 의혹도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현지시간)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평양 시내 휘발유 값이 지난해 10월 최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고 북한 통화가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북한의 통화가치 안정은 대북제재가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보기관 당국자 등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핵 프로그램 압박을 위한 대북 경제제재를 약화시키려 한다"며 "북한이 지금까지 제시한 조건들은 미국의 대북 압력을 줄이거나 다른 빈틈으로 파고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셔록 미국 탐사보도전문기자는 지난 20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전문가토론회에서 이에 대해 "현실적 측면을 부각시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비관론자들이 미국의 씽크탱크·공화당·국방부·국방산업 종사자 중에 매우 많다"며 "미 정치권은 경제제재와 더불어 군사옵션까지 고려할 정도로 트럼프의 현 대북정책에 대해 매우 강경하다"고 언급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는 이날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재 효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고,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봉쇄 등 북한에 대한 억지력 행사가 굉장히 어렵다"고 밝혔다.
미 공화당 중진으로 의회 내 대표적 강경파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엔이 대북제재를 더 엄격히 집행하도록 노력하는데 남북정상회담이 최대의 압박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또한 김정은이 이번 평양공동선언에서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에 대한 조건부로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그보다 비핵화가 먼저"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 전에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대북제재 지속은 의심의 여지 없고 계속 이행되어야 한다. 페달에서 발을 떼어버리면 안 된다.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재가 이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7일 유엔총회 연설장에 서게 될 문재인 대통령은 1년 전인 2017년 9월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기조연설에서 "모든 나라가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며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적발된 대북 밀무역은 북한산 물품을 러시아나 중국 등을 통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중개무역을 주선하면서 그 수수료 몫으로 물물교환 방식을 이용해, 국제사회가 북한 쪽으로 직접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적발하지 못했다. 러시아 영국 홍콩 등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들을 통한 수출입도 감시의 눈을 피한 사례 중 하나다.
뉴욕에서의 한미정상회담과 북미 외교장관회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29일 유엔총회 연설 등 굵직굵직한 일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러한 대북제재의 빈틈이 중국과 러시아 등 당사국들의 철저한 이행 속에 메워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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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2017년 8월 대북제재 결의 제2371호를 채택하고, 회원국들의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금지하면서 석유 및 석유제품의 대북 공급 또한 제한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