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실기업 구조조정 제대로 하지 않은 전력
현 정부, '일자리 정부' 표방…고강도 구조조정 기대 어려워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국 노딜로 끝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정부 고위 관료발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가능성이 언급돼 논란이 일었고, 업계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M&A가 엎어질 경우 국유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관 간 협의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위는 "협의가 긴밀히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취지였다"며 황급히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파문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발화 주체가 금융위 부위원장인만큼 발언의 무게가 남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처리 방식이 논의되는 사이, 항공업계와 학계에서는 국유화를 반대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부실 민간 기업에 대한 국유화 작업이 이뤄질 경우 우선 전문 경영인 체제가 구성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정부가 지분 100%를 가진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 이뤄진 채권단이 최대 주주로 군림하게 된다.

따라서 경영 역시 국책은행 채권단이 맡게 된다. 이 경우 세금으로 해당 기업을 회생시켜야 해 혈세 낭비·특혜 시비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산업은행이 경영 정상화를 담당했던 대우조선해양·현대상선·현대건설 등은 지원 방안이 발표되자 마자 '대마불사' 지적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과감한 인력 감축 등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대우조선해양에서는 1조5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회계부정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인천국제공항에 멈춰 서 있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당시 "전문 경영인 체제 특성상 '주인 없는 기업'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항공업계와 학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고강도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채권단 관리 체제'나 '법정 관리'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국유화' 가능성을 시인한 것 자체가 충격"이라며 "그런 워딩은 함부로 쓰면 안 됐다"고 말했다.

현재 영구전환사채(CB)까지 포함할 경우 국책은행 채권단이 갖게 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37% 수준에 불과한 탓이다.

허 교수는 "파산 관재인을 내려보내 회생 방향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곧바로 정부가 '낙하산 인사'로 국책은행 채권단의 자리만 보전해줘 방만 경영이 시작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또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실제로 국유화 될 경우 회생 차원에서 손님을 끌어모아야 해 적정 시장가 이하로 항공권을 판매하게 될 공산이 크다"며 "이와 같은 반(反)시장적 영업책인 덤핑 행위로 항공 시장을 교란시켜 대한항공·제주항공 등 동종업계가 모두 경영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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