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정권 정통성을 계승하는 대권행보를 이어갔다.
이재명 후보는 앞서 성남시장이었을 당시 일어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경선 3차 슈퍼위크에서 완패했지만, 가까스로 본경선 과반수를 획득해 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됐다.
이날 회동에 대한 야권의 반발은 거세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청와대 회동에 대해 "여권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수 있는 선거 개입이자 대장동 게이트 검찰 수사에 영향 줄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보가 요청하면 만나는 전례에 따를 뿐더러 선관위 유권 해석까지 받았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26일 야당도 요청하면 만남을 검토할 뜻을 밝혔다.
당 내로는 대통령과 대선후보간 이번 회동이 민주당 '원팀 행보'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일각에서 여전히 경선 잡음으로 시끄럽긴 하지만 현재 권력과 이를 이어 받을 미래 권력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하나나 마찬가지라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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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0월 26일 청와대 상춘재 밖에서 함께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그는 "사실상 청와대가 이재명 후보를 미래 권력으로 인증한 셈"이라며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사전에 양측이 의제를 미리 조율하지도 않았고 가급적 비정치적인 내용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오는 28일 유럽 순방을 떠나기 때문에 이번 회동이 미뤄질수록 집권여당 대선후보 선출 후 한달 가까이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더욱이 과거 사례를 보면 현 대통령과 당 대선후보 간의 회동은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 군사정권을 제외하면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선후보 간 회동은 총 5차례 있었다.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경선 이틀 뒤 노무현 후보를 청와대를 초청해 만났다. 5년 뒤인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는 만남 대신 전화 통화만 했다. 지지율이 낮은 노 대통령을 정 후보가 피한 결과였다.
또다시 5년이 지난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 13일 만에 청와대에서 만났다.
이 후보는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나 '민주정부 계승' 의지를 표명했다.
전날 퇴임을 통해 경기지사직에서 물러난 이 후보는 이날 "앞으로도 문정부의 성공, 역사적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차 진영 내부를 향해 '원팀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당 밖의 여론은 이 후보에게 마냥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아직 최근까지의 여론조사 다수를 살펴보면 '정권유지론' 보다 '정권교체론'이 거세다. 적게는 10% 포인트 차, 많게는 30% 대 50% 등 2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국민의 정권 교체 선호도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후보 입장에서 이날 문 대통령과의 회동은, 40% 초반대로 견고하게 구축된 대통령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당내 핵심 지지층 결속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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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또다른 당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원팀 선대위 구성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캠프에 참여했던 의원들을 아우르는 인선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이번 주말까지 이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용광로 선대위' 구성을 비롯해,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중도층 공략 또한 이 후보의 숙제다.
이날 대권행보에서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두를 고쳐 신는 사진을 올리면서 "유서를 남긴 송파 세 모녀를 잊지 않겠다. 경제적 어려움에 생업도 생명도 포기하신 자영업자분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오는 27일 경선 3위에 올랐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만나 오찬을 함께한다. 이 후보는 이외에도 경선 후보였던 김두관-박용진 의원과도 만날 예정이다.
송영길 당대표를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삼고, 이낙연 전 당대표에게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기고. 이 후보가 이번 주 또 어떠한 일정으로 이미지 구축에 힘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