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에너지 안보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석유 산업계의 미래와 경쟁력을 강화하는 논의의 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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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산업통상자원부·대한석유협회·에너지경제연구원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삼정호텔 신관 2층 제라늄 홀에서 '자원 전쟁의 시대, 석유 산업의 미래는?'을 주제로 한 2022 석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대한석유협회·에너지경제연구원은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삼정호텔 신관 2층 제라늄 홀에서 '자원 전쟁의 시대, 석유 산업의 미래는?'을 주제로 한 2022 석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축사를 맡은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은 "에너지가 위협의 수단이 되는 오늘날 '자원 무기화'는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는 더 큰 과제"라며 "석유화학으로의 사업 다각화 등 정유업계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노력에 맞춰 정부도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확대 방안'을 비롯한 법·제도 정비와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제1세션에서는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본 석유 산업의 역할과 대응 방향'을 대주제로 한 발표가 진행됐다.
전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 구조(ESG)와 탄소 중립 이슈가 떠오름에 따라 2014년 이후 업스트림 에너지 기업들의 석유·천연 가스·석탄 등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는 이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화석 연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향후 상당 기간 수급 불안이 지속될 수 밖에 없고 가격 상방 압력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에 따라 전쟁이 발발했고, 유럽 천연 가스 시장 가격은 지난해 대비 10배나 폭등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의 탈 원전·탈 석탄 등 재생 에너지 일변도 에너지 전환 정책은 '에너지 안보' 문제를 방기했고,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고유가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받게 됐다.
또한 국제 고유가 시대 국면을 맞이하게 된 유럽 국가들은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과 천연 가스를 포함하는 등 탄소 중립 정책 속도를 조절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무리한 탄소 중립 정책이 제조업과 수출업에 기반한 성장 구조를 저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럽 연합(EU)은 지난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도 도입했다. 하지만 서유럽에 대한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 러시아가 중국에 덤핑을 할 것이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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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 수요 전망./자료=권오복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장 제공 |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석유 수요는 급상승 할 것"이라며 "유럽의 원유와 천연 가스 대체는 우리의 에너지 안보 문제이고, 2023년도 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며, 석유 시대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제에너지기구(IEA)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5년에 석유 수요는 정점을 찍을 것이고, 항공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2050년이 돼도 석유 만한 에너지원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유럽은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안보를 위협 받고 있다"며 "우리는 경제·생태·기술·국방·정치·기술·정보 등 포괄적 안보 관점에서 석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미래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뒷받침 하듯 미국과 EU는 각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리파워(RePower) EU'를 전개해 신 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높임과 동시에 전통 에너지원 확보도 이뤄내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석유 생산을 독려하고 유럽 국가들은 석유·가스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석유 개발 예산 확대·에너지 안보 우선 정책을 통해 2030년 자주 개발 비율 60%를 추구하고 중국 정부는 3대 국영 석유 회사의 자본 투자를 확대하며 '일대일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신 재생 에너지 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음을 인식하고 석유·가스를 기저 에너지원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가격 안정을 도모하며 에너지 효율 개선·절약을 강조하고 있다.
권오옥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장은 "우리나라의 원유 소비량은 소폭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해외 원유 확보에 소극적"이라며 "공급 차질에 대비해 해외 원유 확보·에너지 소비량 감축 노력을 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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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NCC 생산량 추이./자료=전우제 KB증권 수석연구원 제공 |
제2세션에서는 '변화된 에너지 환경에 대응하는 석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대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졌다.
글로벌 정유·화학 기업들은 15년 전부터 탄탄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친환경 사업을 확장해왔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를 예상해 2차 전지·태양광, 수소 사업 진출을, 플라스틱 폐기물 최소화를 위해서는 재생·바이오 플라스틱을 연구해왔다.
전우제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정유 제품 중 56%는 운송용으로 사용된다"며 "선진국 고객들의 탄소 중립 제품 수입 요구에 따라 정유·화학 기업들은 기존 설비·연구를 활용한 신 사업 진출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정유업계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해 NCC로 전환하고 있다"며 "기존 상압증류탑(CDU)을 존치한 채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휘발유·경유를 납사(나프타)로 더 많이 전환 또는 이를 투입한 석유화학 제품 생산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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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제공 |
실제 국내 정유 4사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카본 투 그린'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리튬 이온 전지 분리막(LiBS) 증설 투자 △전기차 배터리 물량 확보 △폐 배터리 재활용(BMR) 생산 공장 완공 △플라스틱 재활용·연료 전지 사업 확대 등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전환 가속화를 이뤄내고 있다.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친환경 윤활기유를, SK지오센트릭은 친환경 발포제를 생산하고 있다.
기존 에너지·화학 사업에서는 공정 효율을 개선하고 친환경 연료 전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등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있다. 이 외에도 친환경 플라스틱·폐 윤활유 업사이클링·배터리 메탈 리사이클 등 탄소 감축 사업을 시행 중이다.
'석유에서 화학으로'를 기치로 내건 에쓰오일(S-Oil)은 '샤힌 프로젝트'에 입각해 9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2030년 이후 수요 감소 우려가 있는 정유 제품 일부를 화학 제품으로 전환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달성하고, 2026년 2분기까지 TC2C·크래커를 증설한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은 친환경 에너지원 확보에도 힘쓴다. 사우디 아람코와는 블루 수소·암모니아를 국내에 도입하고 공급하기로 했고, 연료 전지 벤처 기업 'FCI'의 지분 20%를 확보해 2027년까지 100메가 와트(㎿) 이상 생산할 설비 구축 계획도 갖고 있다. 아울러 삼성물산과는 청정 수소·친환경 바이오 디젤·차세대 바이오 항공유 등 신사업 협약도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블루 수소·화이트 바이오·친환경 화학 및 소재로 영업이익 70%를 일궈낸다는 방침이다. 이곳은 친환경 납사를 생산해 인근 석유화학사에 공급 중인데, 내년부터는 연산 13만 톤에 달하는 바이오 디젤, 2025년부터는 연산 50만 톤 수준의 바이오 항공유 공장을 가동한다.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서는 태양광 패널 소재 EVA를 생산할 계획이고, 미국 대니머(Danimer)와는 생분해 플라스틱 PHA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또 수소 연료 전지 전해질막과 막/전극 접합체(MEA)를 개발해 내년 중 e-PTFE 분리막 제품을 연간 300만㎡ 가량 생산함을 목표로 설정했다.
GS칼텍스는 전국 각지에 수소 충전소를 건립하고 있고, 상용차 수소 연료 공급 시설 구축 목적의 특수 법인(SPC)인 '코하이젠'에 투자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연간 1만 톤 규모의 액화 수소 플랜트를 건설하고, 세계 최초 LNG 냉열을 활용한 액화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호남화력발전소 내에는 15㎿ 규모의 수소 연료 전지 발전소를 세운다.
바이오 사업에도 역량을 기울이고 있는 GS칼텍스는 2010년 자회사 'GS바이오'를 출범시켜 바이오 디젤 생산 능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바이오 디젤 생산량은 58만1000킬로 리터(㎘)에 달한다. LG화학과는 내년까지 전남 여수 공장에 생 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인 하이드록시프로피온산(3HP) 실증 플랜트를 구축해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상병인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는 "요즘 업계는 수입선 다변화가 어려운 망간·코발트·텅스텐과 같은 핵심 희소 금속을 폐기물로부터 뽑아내 고순도 재 자원화 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폐 플라스틱을 활용한 납사·차세대 바이오 디젤 등 친환경 석유 대체 연·원료 개발과 보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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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US 기술 개요./사진=박기태 건국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제공 |
중장기적인 국가 탄소 배출량 감축 전략은 원료 대체·무탄소 연료 전환·에너지 및 공정 효율화·CCUS·대체 연료 생산 및 보급으로 요약되며, 정부의 기술 개발 투자와 민간의 연구·개발(R&D) 참여가 요구된다. 이 중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데에 있어 CCUS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박기태 건국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IEA는 2050년 CCUS의 탄소 중립 기여도가 18%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며 "CCUS 기술로 탄소 배출을 상쇄할 수 있거나 배출권을 획득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면 다배출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참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파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가기술전략센터의 'CCUS 심층 투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CCUS 기술 수준은 미국과 EU가 가장 앞서있고, 한국은 해당국 대비 79.2%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항목별로는 포집 83.9%, 저장 75%, 활용 75%이고 각각 4.5년, 6.5년, 3.8년씩 평균 4.9년 뒤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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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 탄소 중립 기술 개발 로드맵./자료=박기태 건국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제공 |
낮은 기술 완성도·가격 경쟁력 부족·높은 정책 의존도를 보이는 CCUS 기술 분야는 이제 막 초기 시장이 형성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시장 전망 편차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해외 주요국은 세제 혜택·법률 개정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어 우리 정부 역시 CCUS 상용화를 지원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파리 협정 목표를 이루고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이어지면 글로벌 CCUS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져갈 것"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박 교수는 "탄소 중립 기술 경쟁력이 국가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친환경 기술 우위를 앞세운 글로벌 시장 질서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비한 법과 규제를 다듬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하고, 과감한 R&D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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