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주택 인허가 물량이 감소하면서 정부가 약속한 270만 가구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대로라면 몇 년 후 주택 부족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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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인허가 물량이 줄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내건 270만호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
11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14개월간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총 55만162가구다. 월평균 3만9297가구로 임기 60개월 동안 주택 인허가는 약 235만7800가구에 그친다는 계산이다.
인허가 건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까지 주택 인허가 건수는 18만9213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7.2% 감소한 수치다.
이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임기 내 270만 가구 공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인허가 기준으로 △공공택지 88만 가구 △재건축·재개발 52만 가구 △민간 아파트 66만 가구 △공공 아파트 64만 가구를 2027년까지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허가는 주택공급의 선행 지표다. 3~4년 뒤에야 분양 물량으로 전환된다. 윤 대통령 퇴임 전후 주택 부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현재로서는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금을 융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발행금액은 11조8988억원으로 전년 동기 24조2005억원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신용평가사, 증권사, 부동산 등 여러 전문가를 불러 상황을 살피는 등 PF 부실 우려는 여전하다.
공사비도 계속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6월 132.08이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6월 147.51에서 올해 6월 151.41까지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건설 자재와 노무비, 장비비 등을 가공한 통계다. 2015년을 기준점(100)으로 삼는다.
공사비 상승은 특히 주택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정비사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조합조차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3.3㎡당 500만원 선이었던 공사비가 올해는 600만원대로 올랐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700~800만 원은 돼야 시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으로서는 공사비를 더 올리자니 조합원 부담이 커져 고민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사업성이 적은 현장은 유찰되기 일쑤다. 서울 남성아파트는 5번이나 유찰됐다.
최근 발생한 무량판 철근누락 사태는 건설사들의 주택 건설에 대한 의욕을 꺾었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이번 일의 책임을 건설사에만 떠넘긴다는 불만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철근누락이 발견되면 무조건 건설사가 보수 비용을 전부 지불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단지에서 철근누락이 발견된 건설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법 위반 조사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는 정부가 하라는대로 열심히 아파트를 공급했을 뿐인데 두들겨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사업을 계속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70만 가구 공급을 위해 전반적인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자대학교 교수)는 "공급 축소가 장기화 되면 몇 년 후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정부가 택지개발, 정비사업 활성화 등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또 건설사를 비롯한 관련 주체들이 공급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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