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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997년 전면 개정된 법에 따라 26년째 최고세율 50%를 매기는 세금이 있다. 바로 상속세다. 이 상속세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상속세는 남의 재산을 허물어뜨리고 빼앗으려는 '집단주의'에 기인한다. 부자를 시샘한다. 징벌이다. 한평생 부를 일군 조부모 세대의 것을 후손이 받기 어렵게 30~50%의 추가 과세를 매긴다.
일종의 이중 과세, 추가 과세다. 상속세는 아버지 어머니가 남긴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매긴다. 나누어 물려받게 되는 상속인 개개인이 아니라 피상속인 한사람을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에 최대 절반을 뜯어간다.
상속세 기준이 되는 '전체 재산'은 이미 소득세-부가가치세-소비세-증여세-에너지 환경세-각종 거래세 등 평생 피상속인이 세금을 내고 남긴 순수한 재산이다. 하지만 국가가 상속세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빼앗는다.
재산 규모가 클수록 더 높은 세율로 한차례 더 강탈해 간다. 불공정의 극치다. 칼을 들고 직접 협박하지 않을 뿐이지, 국가는 강도다.
이렇게 걷은 상속세 비중이 세수에서 그리 높은 편도 아니다. 한국세무학회에 따르면, 2015~2019년 간 상속증여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이었다. 반면 국세청과 납세자(상속인) 간 조세 분쟁은 10%를 초과하고 20%에 가까운 해도 있었다. 상속세의 불합리함과 부조리가 극명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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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모습.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아파트가 섞여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OECD 국가들 중에서도 한국의 상속세율은 단연코 최고로 높다. 세계 최고다. 그런데 현재 상속세 폐지는 세계적 추세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부자들이, 기업인들이 상속세를 감당하기 위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사모펀드에 종속된다. 현재 대한민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이재용 회장에서 한 세대만 더 상속을 해도 최대 주주가 바뀔 수 밖에 없다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캐나다는 1971년에 이미 상속세를 폐지했다. 호주는 1979년, 이스라엘 1981년, 뉴질랜드 1992년, 포르투갈 2004년, 멕시코와 스웨덴은 2005년, 오스트리아 2008년, 노르웨이 2014년 등 선진국 중 상당수가 상속세 폐지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OECD 10개국이 상속세를 폐지했다.
상속세 원조인 영국 또한 200년 넘게 유지해온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수십년간 소득세 등 모든 세금을 내가면서 축적한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게 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상속세의 또다른 문제는 바로 상속세 자체가 매년 '증세'라는 점이다.
1997년 당시 경제 상황과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42조원(1997년)에서 2150조원(2022년)으로 4배 증가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173만원(1997년)에서 4249만원(2022년)으로 4배 뛰었다.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7%인데, 상속세 기준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매년 물가가 오를수록 온국민이 내야 하는 상속세가 더 커진다.
자산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는 진짜 부자들은 상속세를 손쉽게 피할 수 있다. 반면 아파트 한 채가 전재산인 가정은 꼼짝없이 상속세를 내야 한다. 단 하나의 재산인 아파트를 팔아서 말이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값싼 아파트 한 채는 5억원에서 10억원 사이다. 이를 상속받으려면, 세금을 최소 30% 이상 내야 한다. 6억 몇천만원 짜리 아파트를 받으려면 상속세를 2억원 내야 한다. 서울시민, 서민 중 누가 이 돈을 낼 수 있을까.
서민의 피 같은 재산을 헐어버리고 국가가 빼앗게 만드는 상속세는 고혈을 짜내는 '괴물'이다. 이제는 괴물을 퇴치해야 하는 시점이다. 국민은 국가의 노예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