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착륙 위해 PF 사업장 정리 기준 마련
건설업계, 미분양 등 부동산 시장 침체 지적
PF와 경기 회복 동시에 쉽지 않아…장기적 숙제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정부가 위기설이 나돌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옥석가리기에서 나선다.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재구조화 또는 정리하고 정상 사업장은 자금을 지원해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효과를 본다면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인 만큼 궁극적 해결은 미분양 해소 등 부동산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 정부가 PF 사업장 정리에 나서기로 했다. 부동산 경기부양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230조 원으로 추산되는 PF 사업장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다음달부터 구조조정에 나선다. 이를 위해 PF 사업성 평가를 현재 3단계(양호, 보통, 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로 기준을 세분화했다.  

1~2단계 정상 사업장에는 시중은행과 보험사를 통해 신규자금 5조 원을 수혈한다. 하지만 사업성이 낮은 3∼4단계 사업장에 대해선 재구조화 또는 경·공매를 통한 매각 등을 진행한다. 3~4단계 사업장 규모는 최대 10%인 23조 원가량 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이를 통해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티 이후 제기되고 있는 PF 부실 위험성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이 제시되면서 지원 대상과 아닌 대상을 가르는 논란이 줄어들 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수민 NH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PF사업장 처리를 위한 세밀한 기준이 마련됐다"며 "PF 부실 규모를 이전보다 1.5배에서 2배 가까이 더 확대 평가를 했는데 이는 정부가 문제에 대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정리를 통해 당장은 PF 리스크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완전 해결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정상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본PF로 전환해 분양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경공매를 통해 3~4단계 사업장을 내놓은들 지금처럼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이를 사들일 시행사나 건설사가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치로 PF시장이 얼어붙는다면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270만 가구 주택공급 달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다.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을 통해 부실 PF 사업장을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게 건설업계 의견이다. PF사업장이 브릿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부실화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미분양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수요가 늘어나 미분양 물량이 해소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964건이다. 4달 연속 증가 추세다. 전체 미분양 주택의 81.6%(5만2987건)는 지방, 18.4%(1만1977건)는 수도권이다.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경기도 역시 1월 6069가구, 2월 8095가구, 3월 8340가구로 미분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3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194가구로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늘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미분양 해소 등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해결책으로 '공사비 안정화'와 '금리인하'를 꼽았다. 박합수 교수는 "PF사업장의 위기는 사업성 하락인데 이는 공사비와 금리가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이라며 "최근 공사비가 안정을 되찾고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보인다면 2~3년 뒤 분양을 바라보는 시행사와 건설사가 사업장 확보를 위해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가 당장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계부채 증가 위험성 때문이다. 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9%로 집계됐다. 2020년 2분기 이후 3년 6개월 만에 90%대로 내려왔음에도 34개 조사국 중 1위다. 또 규제 완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대부분 꺼낸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추가적인 방안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때문에 PF 리스크 해결과 부동산 경기 회복은 장기적인 호흡을 통해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어떻게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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