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이 22대 첫 정기국회를 대비해 전열을 정비할 목적으로 가진 연찬회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간 갈등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이 연찬회에 불참했고, 이례적으로 당대표 연호 생략됐으며, 의원 만찬에서도 단합을 상징하는 술이 빠졌다. 이른바 '3무 연차회'를 기록한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29~30일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국힘 연찬회에서 특히 한 대표가 정부의 의료개혁 설명회에 불참하면서 발생한 신경전은 모든 일정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이어졌다.
이번에도 국민의힘 연찬회는 '똘똘 뭉치자'라는 구호로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석수가 108석에 불과해 야당과 맞서기 위해서는 단합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연찬회에서 의료개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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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인천 중구 용유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애서 대화하고 있다. 2024.8.29/사진=연합뉴스 |
정부는 연찬회 첫날 한 대표가 의정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제안한 것을 반박하는 내용의 의료개혁 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에는 이주호 교육부총리,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정부의 의료개혁 설명회에 의도적으로 불참했다. 자신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특히 한 대표가 정부의 설명을 보이콧한 것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연찬회에 이어 진행된 만찬에서는 당정 갈등 조짐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선 윤 대통령이 만찬에 불참하면서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의힘 워크숍 또는 연찬회에 모두 참석해 왔다. 윤 대통령의 불참은 이번이 유일하다.
대통령의 불참으로 만찬장에서는 익숙하게 들려왔던 '연호'도 사실상 생략됐다. 기존 국민의힘 만찬장에서는 당대표와 대통령을 연호하며 의원들이 단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만찬장에서는 대통령실의 심기를 의식해 당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위는 축소 또는 생략됐다.
특히 이번 만찬에는 ‘술’이 제외돼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그동안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여당 지도부와 만남에 참석해 술을 곁들였다. 이에 국민의힘 연찬회 또는 워크숍 등에는 술이 준비됐다.
다만 2022년 8월 주호영 비대위 당시 열린 첫 연찬회는 을지훈련 기간이 겹쳐 술 대신 오미자차를 마셨다. 2023년 8월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열린 연찬회도 술 대신 오미자차가 등장했다. 권성동 의원이 2022년 연찬회에서 금주령을 어기고 ‘음주가무’ 논란을 야기하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2024년 황우여 비대위부터는 술이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민의힘 워크숍에 참석해 의원들과 맥주를 마시며 화합에 나섰다. 당시 총선 참패로 인해 여론이 비우호적인 상황이었음에도 윤 대통령은 "오늘 제가 욕 좀 먹겠다”라며 술을 권했다.
또 전당대회가 끝난 뒤 한동훈 지도부와 만찬을 할 당시에도 윤 대통령은 술과 함께했다. 화합과 갈등을 해소하는 창구로 술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만찬에서는 윤 대통령의 불참을 계기로 술 대신 오렌지주스가 등장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의 성향을 반영해 음료가 준비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술의 존재 유무를 넘어 한 대표가 당정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이 대통령이 아닌 한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윤-한 갈등은 연찬회가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 나타났다.
친윤인 권성동 의원은 연찬회 마지막 날 한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 따로 가고, 당이 따로 가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라며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하다. 대통령과 함께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지도부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 제안을 철회하고 정부의 의료 개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 대표는 “(의료 현장은)심각한 상황이 맞는다는 게 제 판단이다.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사 증원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하지만)국민 건강과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에 돌다리를 두드려가며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자신이 제안한 의대 증원 유예안이 의정 갈등을 해소할 해법이라는 뜻을 고수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민심을 바탕으로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연찬회를 통해 정기국회 최우선 입법과제를 선정했다. 이들은 22대 국회에서 △민생경제 △저출생 △의료개혁 △미래성장 △지역균형 △국민안전 등 6개 분야에서 총 170개의 법안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법안으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세법 개정안과, 티몬·위메프 사태 방지를 위한 소상공인 보호 법안, 딥페이크 성범죄 등 디지털 성범죄 문제 해결 법안 등이 담겼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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