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업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율 확보와 공급 계획을 서두르는 한편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를 통해 낸드 시장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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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도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업용SSD(eSSD) 등 고성능 메모리로 수요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는 5세대이자 기존 제품을 개선한 HBM3E 8단을 올해 1분기 말부터 일부 거래처에 양산,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승인 지연을 겪고 있는 HBM3E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프 간격을 조정하는 식으로 해당 제품의 방열 성능을 높였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고객사에 HBME2 개선 제품을 1분기 말부터 양산 공급할 예정"이라며 "가시적 공급 증가는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부문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겸 부회장은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에 대해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관련한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HBM3E 품질테스트 인증과 관련해 긍정적인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HBM3E 8단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한 핵심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품질 승인에 주력하는 한편 차기 HBM 생산을 위한 차세대 패키지 기술 개발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실적 부진 주요 요인으로 반도체 부문이 꼽히는 만큼 고부가 제품 중 하나인 HBM 공급망 확대를 통한 실적 반등을 꾀하는 것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도 AI 열풍에 따른 HBM의 높은 수요에 국내 기업들의 출하량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수요는 강세"라며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HBM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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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321단 1Tb TLC 4D 낸드./사진=SK하이닉스 제공 |
◆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마무리 단계
SK하이닉스는 내달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HBM에 이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 2020년 10월 D램에 집중됐던 회사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한다는 전략 하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 1차 때 인텔의 중국 다롄 생산공장과 SSD 사업부문이 SK하이닉스로 이전됐고, 2차 땐 낸드 IP, 연구개발(R&D)·생산시설 인력 등이 넘어오게 된다. 현재 인텔이 소유한 낸드 사업부의 법적 소유권도 2차를 기점으로 SK하이닉스로 바뀌게 된다.
인텔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 낸드 사업자였다. 2020년 매출 기준 세계 낸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3.7%, 키오시아 18.8%, 웨스턴 디지털 14.4%, 마이크론 11.3%, SK하이닉스 11.1%, 인텔 9.4% 순이었다.
HBM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낸드 부문 경쟁력이 약했던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단행했다. 낸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단숨에 삼성과 양강 구도에 오르게 됐다.
시장 유망성도 높다. 최근 구글·메타 등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는 등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HBM 만큼 기업용 SSD 제품 수요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시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 수요 증가로 인해 3분기부터는 낸드 가격이 1015% 상승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5 리더십 디너' 행사 직후 "올해 연말 정도쯤이면 (낸드 시장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낸드 시장 안정화를 위해 업계 전체가 노력하고 있으니 전망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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