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제조업 최근 주춤…미국은 전방위적 관세 압박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지난해 내수 침체에도 반도체·철강·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한 제조업이 최근 주춤거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보복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이 더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 성장률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반도체 생산(계절조정지수)은 전달 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0∼12월 석 달 연속 3∼4%대 증가율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물량 밀어내기에 따른 기저효과, 설 명절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계절적 비수기를 맞아 범용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면서 업황이 주춤한 영향도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반도체 업체의 범용 메모리 저가 물량 공세와 공급 과잉도 한국 주력 품목인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반도체가 주춤거리면 국내 제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조업 생산지수(1만)를 산출할 때 반도체 제조업의 가중치는 1321.7로 다른 업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실제로 반도체 생산과 수출 모두 지지부진하면서 1월 제조업 생산·출하는 각각 2.4%, 6.2%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보조금 압박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연방의회에서 보조금의 근거가 되는 반도체법 폐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를 넘어 국내 제조업 전반에 관세 보복을 예고했다. 오는 12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한국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에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부품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어두운 전망은 이미 부진을 겪고 있는 나머지 제조업 업황의 발목을 잡는 추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1월 반도체 제외 산업생산지수(원지수)는 1년 전보다 7.9% 감소하면서 2020년 5월(-16.5%)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달 대비 2.6%(계절조정지수)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3.7% 줄어든 데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감소세다.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침체한 분위기는 제조업 매출 감소 우려로 표출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1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88로 3분기 연속 하락세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근접할수록 매출이 감소한다는 제조업체의 의견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주요국에 비해 제조업 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대한 걱정은 커지고 있다. 유엔(UN)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명목 부가가치 기준)은 한국이 28.0%다. 미국(10.3%), 일본(20.3%), 독일(20.4%) 등보다 높다.

이는 국내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이 지난 달 말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55%로 한 달 사이 0.1%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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