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대형마트 대비 정산 주기 두 세배 길어
채무 증가 시 티몬·위메프 사태 재현 우려돼
[미디어펜=서동영 기자]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인한 납품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 주기가 45∼60일로 다른 대형마트보다 긴 데다 홈플러스 대주주 MBK가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납품업체들은 정산 주기 축소와 선입금을 요구하고 있다. 

   
▲ 홈플러스 창립 28주년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 is BACK’ 행사 전경./사진=홈플러스 제공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와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은 홈플러스에 일시 중단했던 납품을 재개했다. 하지만 롯데칠성, 팔도, 동서 등은 납품을 중지한 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업체들은 홈플러스 측에서 대금 지급에 대한 확실한 계획을 밝혀주길 원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정산 주기는 다른 대형마트의 두 세배 수준으로 길다. 마트 정산 주기는 평균 25일 내외, 롯데마트는 20∼30일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통상 상품을 납품받고 45∼60일 뒤 대금을 지불하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기존 계약보다 정산 주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매장 영업이 정상화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로선 현금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데 어음 부도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MBK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었다. 

현재 회생 절차 개시에 따라 채무 조정 대상이 될 금융 채권 규모는 약 2조 원이다. 문제는 매달 도래하는 납품 대금과 점포 임차료, 임직원 급여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느냐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나간 상거래 채권 규모는 5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달 납품 대금으로 평균 3000억∼3500억 원이 지출된다. 임직원 월급은 매달 560억 원, 임대점주에 정산해 주는 매출액은 500억∼700억 원이다. 

홈플러스는 마진율이 30%이기에 회생 중에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진에서 임직원 월급과 건물 임대료, 전기·수도세, 금융 이자 비용을 제하면 통상 한 두 달에 1000억 원이 남는다는 것이다. 회생개시로 이자 지출이 유예됐고, 연간 3400억 원에 달하는 건물 임대료도 재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창립세일 홈플런 이즈 백 행사가 진행되는 3월에만 영업활동을 통한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MBK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점이 납품 재개와 기업회생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금 지급에 불안감을 느낀 업체들이 납품을 꺼리면 목표한 현금 확보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식품업체와 중소기업들은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대금 지급 계획을 상세히 제시해야 한다며 정산주기 축소, 선입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력이 떨어져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채무가 눈덩이처럼 증가,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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