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자산 규모 업계 10위에 해당하는 상상인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면서 저축은행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인 만큼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상상인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페퍼·우리·솔브레인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했다. 부실 사업장 경·공매와 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자산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 사진=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12월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0.5%로 규제비율 8%를 초과하고 있다.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이 BIS비율 8%(1조원 미만은 7%)를 하회하면 금융당국은 경영개선을 위한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정상화 과정 등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됨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했으며, 상상인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에 대한 심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경영개선권고 부과 결정이 이뤄졌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18.7%로 저축은행업권 평균(8.52%)을 크게 웃돌았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6.9%로 평균(10.66%)의 두 배를 넘었다.

이번 경영개선권고는 해당 저축은행이 악화된 건전성 지표를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도록 부실자산의 처분, 자본금의 증액, 이익배당의 제한 등을 권고하는 것이며, 영업 관련 조치는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조치 이행 기간(6개월) 중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진다.

또 경영개선권고 이행 기간 중 해당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개선 상황 등을 살펴본 후 경영상태가 충분히 개선됐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경영개선권고 이행 기간이 경과되지 않았더라도 금융위 의결을 거쳐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종료할 예정이다.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 등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지난해 영업실적은 영업손실 규모가 매 분기 축소됐고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올해는 연간 흑자 전환도 기대하고 있다”며 “당사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자산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각적인 자구 노력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 금융회사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강제 조치다. 적기시정조치는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 세 단계로 나뉜다. 경영개선권고는 재무 건전성이 악화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금융회사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적기시정조치 중에 가장 낮은 단계의 경고 조치다.

지난해 말 라온·안국저축은행에 같은 조치가 부과된 적 있지만 상상인저축은행은 자산 규모 업계 10위권의 대형사라는 점에서 시장 파장이 커질 수 있다. 두 저축은행도 부실 PF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두 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가 부과된 후 뱅크런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수신잔고 동향을 점검하는 등 긴장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33.11%에 달하는 등 업권 전반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어 향후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저축은행이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금융위는 과거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퇴출당했던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 내려진 경영개선명령과는 수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조치는 영업정지나 계약이전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최고 단계였다.

금융위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는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BIS 비율이 급락하고 추가 자본조달도 불가능해져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전개됐던 것"이라며 "이번 경영개선권고는 연체자산 정리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건전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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