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2나노 '투트랙' 전략...수율·양산 모두 속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만 약 12조 원 규모의 설비 투자(CAPEX)를 단행한 가운데 이 중 91.2%에 해당하는 10조9480억 원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집중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영현 부회장 체제 이후 메모리 및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투자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2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설비 투자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어난 12조 원 가량 지출했다. 특히 이 중에서 DS부문에 들인 시설 투자 비용은 10조9480억 원이다. 이 같은 투자를 통해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 축을 동시에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생산 안정성과 기술력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율 개선, 차세대 2나노미터(nm) 양산 대응을 위한 미세공정 인프라 확충, 극자외선(EUV) 장비 증설, 평택·화성 등 주요 팹 설비 업그레이드 등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부문 투자에서는 D램 설계를 일부 변경하고 열 제어 및 적층 공정의 정밀도를 높이는 등 품질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1b 공정인 HBM3E 제품 수율이 크게 개선됐다. 실온 작동 테스트 기준 약 50%, 고온에서 시험할 때는 60~70% 수준일 것으로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HBM4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10%대에 머물던 1c 공정인 6세대 D램 수율을 최근 6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높아진다. 이 또한 설계 개선과 공정 최적화를 통해 생산 안정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수율 안정화가 높아지면서 AMD, 브로드컴 등 글로벌 기업에 공급 확대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에 HBM3E 8단 공급 계약 체결, AMD의 신형 AI 가속기(MI325X)에 HBM3E 12단 탑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수율 개선이 아니면 불가능한 공급 계약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핵심 부품인 4나노미터(nm) 공정을 적용한 로직 반도체에서도 일부 제품이 40% 이상의 수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설계부터 생산까지 꼼꼼하게 손 보면서 확실한 품질 개선 성과를 조금씩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부문은 상반기 3나노 공정 안정화에 이어 하반기 2나노 공정으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전력 투구 중이다. 북미 빅테크 수주 물량 확대 등 맞춤형 공정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축을 동시에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며,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고객사 대상 맞춤형 공정 대응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선 이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글로벌전략회의에서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각 조직 핵심 임원들이 참여해 HBM3E 안정적 공급 HBM4 개발과 양산 목표 달성 2나노 공정 전환 로드맵 대미 관세 이슈 대응 전략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인증)를 통과하면, 시장 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 공급을 위한 퀄테스트 절차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S부문 대거 투자를 통해 실적 회복과 기술 리더십을 동시에 회복하려는 삼성전자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며 "하반기 중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와 HBM 공급 계약 성사 여부에 따라 추가 투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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