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뽑는 8.22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가 8일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열린 가운데 김문수·장동혁·안철수·조경태 당대표 후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로 쪼개져 격하게 충돌했다.
'반탄파'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내부 단합과 함께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대여 투쟁을 강조하며 강성 당심을 집중 공략했다. 반면 '찬탄파'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윤어게인'을 부르짖을수록 당 지지율은 떨어진다며 극단 세력과의 절연과 당 혁신을 내세웠다.
특히 이날 대구 합동연설회 현장에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앞장서며 '윤어게인'을 외쳤던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현장을 찾아 세를 과시했다.
그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자격으로 기자석에 자리를 잡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장을 생중계 했다. 실시간 시청자 수는 1만 3000여명에 달했다. 전 씨는 찬탄파 후보들이 연설에 나설 때마다 "배신자"를 외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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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장동혁·조경태·김문수·안철수(왼쪽부터) 후보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5.8.8./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반탄파' 김 후보는 "우리 당 내부는 단합하고 민주당과는 힘차게 싸워야 한다"며 "무지막지한 이재명 독재 아래에서 감옥에 갈 각오로 싸울 사람이 누구인가. 우리 당의 주인은 당원동지 여러분이다. 함께 나가자"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재명 정권은)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까지 3권을 모두 장악했다. 범죄로 재판 받던 이재명은 5개 재판도 모두 다 중단시켰다"며 "방송장악법을 만들어 KBS, MBC, SBS, YTN까지 모두 장악했다. 3대 특별검사는 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까지 압수수색 하며 종교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권이 집권한 지 두 달 만에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파탄이 났다"며 "이런 민주당이 우리 국민의힘을 해산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더불어민주당을 해산해야 할 것인지,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할 것인지 이재명 대통령님께 끝장토론을 제안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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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김문수 당대표 후보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2025.8.8./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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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 후보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2025.8.8./사진=연합뉴스 |
한편 김 후보는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유튜버 전한길 씨 주도로 당원들이 일부 후보들에게 '배신자'를 연호하는 등 소란이 빚어진 것에 대해 "어수선하게 서로 부딪히는 모습이 걱정되고, 충돌이 일어나는 게 마음이 무겁다"며 "전당대회 취지에 맞게 상대방 (이야기는) 서로 경청하는 모양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 후보는 "우리가 당원 여러분들이 만들어준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더 부끄러운 것은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던 사람들이 탄핵 반대를 외쳤던 당원들을 향해 극우니 혁신의 대상이니 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구속되고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지만 혹시나 내란세력으로 몰릴까 절연하자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이제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낼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찬탄파인 안 후보는 "극단 세력의 대변자들이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에 와서 표를 맡겨놓은 것마냥 손을 벌리고 있다"며 "'극단주의자들이 무슨 짓을 해도 대구·경북은 밀어준다'는 이 속내를 이번 전당대회에서 반드시 심판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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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2025.8.8./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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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조경태 당대표 후보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2025.8.8./사진=연합뉴스 |
안 후보가 "극단세력의 선동가들과 한줌의 계파 세력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과 국민만 바라보며 이 자리에 나섰다"고 하자, 기자석에 앉아 있던 전 씨 등은 "배신자"라고 외쳤다.
조 후보는 "우리 당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트리고, 윤어게인을 부르짖을수록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후보가 연설에 나서자 마찬가지로 전 씨 등은 '배신자'라고 야유를 보냈다. 조 후보는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들,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내란 동조세력이라고 규정한다"며 "당 대표가 돼서 확실하게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가 국민께서 우리에게 준 마지막 기회"라며 "당은 혁신해야 한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혁신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이날 합동연설회에서는 당대표 후보 뿐만 아니라 최고위원 후보(김근식·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신동욱·양향자·최수진)들도 이른바 '찬탄' 대 '반탄'의 대결 구도를 보이며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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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8.8./사진=연합뉴스 |
아울러 지지자들까지 서로 맹비난하면서 후보의 연설 도중 '배신자'라는 거친 말이 쏟아져 나오고 물병을 던지는 등 작은 몸싸움까지 발생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연설에서 "여기에 있는 전한길 씨 같이 '부정선거'와 계엄을 '계몽령'이라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분리하고 투쟁해야한다"고 쏘아붙이자 혼란이 가중됐다.
김근식 후보의 연설을 듣던 전 씨는 "김근식이 나를 비난한다"며 당원석 쪽으로 달려가 "배신자"라고 연호하도록 지지자들을 유도했다. 이에 전 씨와 대척점에 있는 조경태·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이 전 씨를 향해 물병을 던지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손범규 최고위원 후보도 가세해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자리에서 '배신자'라고 왜 외치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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