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내년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본격 상용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율·속도·양산'을 핵심 전략 키워드로 앞세워 전력투구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HBM4 중심의 고부가 매출 구조가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까지 주요 고객사 대상 HBM4 샘플 검증을 진행했으며, 내년 초 양산 기반 공급 체제를 구축해 속도전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검증된 1b 공정으로 초기 안정성과 개발 속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고대역폭메모리(HBM)·차세대 D램·낸드·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핵심 거점으로 키워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에 10년간 600조 원 규모 투자 비전을 제시하면서 용인 클러스터를 지목한 만큼 차세대 HBM 시장에서 용인이 글로벌 캐파 전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내 첨단 패키징·후공정 투자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4를 기점으로 시장 반격에 나선다. 회사는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4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선 내년 1분기 고객 인증 절차를 마친 뒤 본격 공급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차세대 1c D램 공정 전환과 적층 구조 효율화 등 기술 경쟁력도 함께 강화하고 있어, 수율 확보 속도와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과, 한국 평택캠퍼스 투자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HBM4 이후 세대에서 미국 생산 로직과 한국 생산 메모리 조합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 공장은 첨단 로직·AI 칩 생산을, 평택 P단지는 HBM·DDR5와 일부 파운드리 공정을 함께 담당하는 식이다.
이처럼 HBM4 상용화 시기를 전후로 시장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HBM은 이미 전체 D램 매출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며 메모리 산업의 중심축으로 올라섰고, HBM4는 기존 HBM3E 대비 대역폭·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돼 초거대 AI 모델·고성능 컴퓨팅(HPC) 환경에서 요구되는 성능을 충족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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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사진=SK하이닉스 제공 |
다만 가격·공급·수율이라는 세 가지 핵심 변수가 내년 HBM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기술 구조가 복잡한 HBM4는 초기 수율 확보가 어렵고, 패키징 안정성과 공급량 조절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투자 동향에 따라 수요는 변화할 것으로 보이며, 각 사의 수율 안정화 속도가 내년 HBM 시장 승자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HBM은 고객 요구 사양에 따라 생산되는 선주문·후제작 기반의 커스텀 메모리로 일반 D램처럼 재고를 쌓아두지 않는 구조여서 시장 공급과잉 우려도 낮다. GPU·AI 가속기 업체의 설계와 패키징 조건에 맞춰 공급량이 확정되는 만큼 시장 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고객사의 로드맵 변화나 제조사의 수율·캐파 변동에 따라 일시적 공급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은 변수로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면, HBM4부터는 수율·속도·양산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양사가 평택·용인·테일러 등지에 구축한 패키징 거점을 포함한 HBM 공급망이 향후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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